여운이 있는 글방/웃는 곰님 동화방

엄마는 무서워

한실25시 2022. 8. 8. 21:08

엄마는 무서워

아빠,엄마 뿔!”

아빠가 퇴근하여 오시는데 내가 두 손을 양쪽 귀 위에 세우고 눈짓을 하자 아빠는 금방 알아채셨습니다.

?”

엄마,오늘 여고동창회…….”

알았다.알았어,조심!”

아빠가 손을 입에 세워 대고 눈을 껌벅껌벅했습니다.그리고 살금살금 서재 문을 가만히 열고 들어가 살그머니 닫았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엄마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시겠지요? 아빠도 나도 누나도 형도 다 엄마한테 절절맬 때가 있어요.

엄마가 방에서 무언지 쿵쾅 우당탕 덜커덩하고 던지는 소리를 내더니 문을 활짝 열고 나를 불렀습니다.

채경아!”

왜 엄마.”

너 들어와 봐.”

?”

넌 누구를 닮아서 공부를 그렇게 못하는 거냐?”

나 엄마 아들이야.엄마 안 닮고 누구를 닮아?”

넌 꼭 그렇게밖에 말 못하겠니?”

그럼 뭐라고 해?”

아빠 닮아서 그렇다고 하면 안 되고?”

엄마가 그랬잖아,나는 엄마를 닮아서 살결도 희고 잘생겼다고.”

생긴 거야 날 닮았다지만 머리가 누구를 닮았느냐고 묻는 거야,알았어?”

난 아무도 안 닮았어.”

?”

엄마는 학교에서1등만 했고 난 반에서 밑으로만 돌잖아?”

엄마는 이번에는 누나를 불렀습니다.

엄채린!”

나는 방안에서 엄마가 무얼 어떻게 했나 하고 두리번거렸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부서진 것도 없고 넘어진 것도 없었습니다.엄마는 요술쟁이야 하고 생각하는데 누나가 몸을 배배 꼬면서 들어와 아양 섞인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왜애,어엄마아아!”

넌 그게 뭐냐?”

*엄마가 동창회만 갔다 오면

뭐가 뭔데?”

네 친구는 왜 다 그 모양들이냐?”

내 친구가 어째서?”

제대로 된 대학에 다니는 아이는 하나도 없고 어째서 그렇고 그런 대학 다니는 애들만 사귀느냐고?”

엄마는!그렇고 그런 대학도 못 다니는 애들이 수두룩한데?”

이것아,지금부터 친구를 사귀어도 제대로 사귀라고!”

내 친구가 어째서?엄마는!”

엄마 친구 딸은 그 유명한 서정대학,유명한 과의 학생을 사귀었는데 그 학생이 학교에서 톱을 하고 장학생으로 독일 유학을 간댄다.”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이 맹꽁아,그 아이가 유학에서 돌아오면 내 친구 딸하고 결혼까지 생각한다는 거야.얼마나 부럽냐?”

결혼한 건 아니잖아?”

저게,그래도 못 알아듣고!”

이번에는 서재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 아빠를 불렀습니다.

여보,채경 아빠!”

아빠가 빙긋이 웃으며 서재 문을 열고 나타나 물었습니다.

당신,또 갔다 오셨군?”

엄마는 눈을 흘기며 대답했습니다.

눈치는 빠르시구려.그놈의 동창회인지 뭔지,가지를 말아야지.신경질이 나서!”

잘 생각했어.당신은 여고 동창회에 안 가는 게 좋아.”

뭐요?”

내 말이 틀렸소?”

거기라도 안 가면 어딜 가요?”

그럼 열심히 다니든지.”

날 놀리는 거예요,지금?”

놀리기는…… 당신은 동창회에 갔다 올 때마다 이슈와 특급 뉴스를 가지고 오지 않았소?오늘은 또 뭔가…….”

아빠도 그렇지만 나도 누나도 엄마가 동창회에서 듣고 보고 온 화려 뻑적지근한 이야기를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엄마의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것도 압니다.우리는 또 무슨 뉴스를 가지고 저렇게 화가 났을까 생각하며 엄마 입만 바라보았습니다.

엄마의 뉴스는 시작되었습니다.

*너희들은 엄마를 꼭 닮았어야 하는데

엄마는 나한테 물었습니다.

넌 일류대학 들어갈 자신 있어?”

엄마,두고 봐,자신 있어.”

!”

엄마는 누나한테 화살을 돌렸습니다.

넌 학교에서 뭘 배우고 다니는 거야?그것도 대학이라고…….”

이때 아빠가 빙긋이 웃으며 끼어들었습니다.

여보,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소?다 이 머리 나쁜 아비를 잘못 만나 그런 것 아니오?”

그리고 우리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하고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엄마를 꼭 닮았어야 하는데 바보들처럼 나를 닮아가 가지고 고생이 심하구나.”

엄마가 톡 쏘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알기는 잘 아시는구려.”

내가 아니면 누가 당신 속을 알겠소.오늘은 무슨 핫뉴스가 있는지 들어봅시다.”

엄마가 한 시간 동안 동창 친구들이 늘어놓은 자랑을 다 들려주었지만 핫뉴스는 이렇습니다.

내 친구들 가운데,아니 우리 동창 애들 가운데 꼴찌만 하던 애가 갑자기 로또복권을 맞았는지…… 아이,눈꼴이 시어서…….”

아빠가 물었습니다.

그래?어떻게 변신을 했기에 그러실까?”

공부는 지지리 못하던 것이 남편 하나 잘 만나서 팔자를 고쳤다고…….”

어떻게?”

남편이 이번에 큰 회사 임원으로 들어가고 아들이 둘인데 하나는S대학교 장학생으로 내년에는 미국으로 교환학생이 되어 간다고 자랑을 하고,하나는 프랑스의 무슨 대학인지 그 대학교 우주공학과로 간다는 거예요.그 머리로는 그런 아들이 나올 수가 없는데…….”

아빠는 부럽다는 듯 눈을 끔벅거렸습니다.

참 부럽구려.또 다른 뉴스는 없소?”

나하고 단짝이던 경숙이,당신도 아시지요?”

.한번 보았지.”

그 애는 남편이 이번에 특별 승진하여 이사가 되었다고 자랑을 하고.”

?”

당신은 이름을 대어 주어도 모를 거예요.그 애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오십억 짜리 통장과 땅 십만 평을 넘겨주었다고 입이 귀에 걸려 자랑을 하고……

또 없소?”

그래고래호텔 아시지요?그 애 시부모는 외국에서 변호사를 하는 큰아들한테 가면서 경영권을 넘겨받았다고 자랑이 하늘을 찌르고…….”

?”

병원 의사한테 시집간 아이는 남편이 애처가라 건강을 위해 골프를 치라고 권하여 날마다 그런 데만 따라 다닌다고 자랑…….”

어지러워서 그만 들어야겠소.아직도 또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