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동창 모임은 허풍 대회
“그 애들 말고도 열 명이 넘는데 모두가 자랑하기에 바쁜데 반장이었던 나는 쪽팔리게 제대로 된 자랑거리가 하나도 없어서 체면이…….”
아빠는 무슨 좋은 일을 숨겨두기라도 한 듯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이 못난 남편 탓이오.”
나도 엄마한테 멋지게 말했습니다.
“엄마,내가 멋진 아들이 못 되어서 미안해.그렇지만 길고 짧은 건 대 보아야 안대.”
누나도 생끗 웃음을 입술에 바르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좋겠다.그렇게 훌륭한 친구들이 많아서…….”
“그 따위 친구가 많으면 뭘 하니?내 주머니에 든 오백 원만도 못한 것이지.”
누나가 금방 쏘는 말을 했습니다.
“엄마는 욕심이 많아서 문제야!”
엄마가 거만하게 말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내 곁에 얼씬도 못 하던 것들이 이제 남편 자랑에,아들 딸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절거리는데 난 이게 뭐냐?”
이때 학교에서 돌아온 형이 밖에서 듣고,들어서면서 말했습니다.
“엄마.내가 있잖아?이 강채호 말이야!”
엄마는 형한테는 아주 친절합니다.
“그래,채호 왔니?네가 있었지.암,채호가 보배지.”
누나가 눈을 흘겼습니다.
“어어쭈,히히,엄마 아부는 날아 갈수록 는다니까.”
“뭐야?”
누나가 궁녀의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엄마 마마.그러시면 아니 되시옵니다.모든 아이들은 모든 엄마들이 여고동창회에 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도 아셔야 하옵니다.마마.”
아빠도 한 마디 했습니다.
“여고 동창 모임은 자랑과 질투의 경연대회라니까.하하하.”
나도 무슨 말이든지 하고 싶었습니다.
“엄마 마마.앞으로는 여고 동창회에 가시지 마시고 투명구두라는 책이나 읽 으시옵소서.”
“다들 나를 놀리는 거야 뭐야?”
누나가 말은 가장 잘합니다.
“엄마,초등학교 동창회 갔다 오면 엄마 얼굴이 어떤지 알아?”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초등하교 동창회 모임에는 남편 흉보기,시어머니 시아버지 흉보기,시누이 흉보기가 주제라는 것.”
“그래서?”
“엄마는 거기 갔다 오면 흉 볼거리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돌아올 때는 자랑거리가 더 많은 우리 집을 생각하면서 천사가 되어 온다는 거.”
엄마 얼굴이 바뀌었습니다.
“그랬나?이상하게도 초등학교 애들을 만나면 흉허물이 없어지고 속에 있는 진실이 쏟아져 나오는데 고등학교 동창회에 가면 거짓말 잔치를 보다가 온다니까.”
아빠가 못 박듯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고동창회에는 가지 말라는 거 아니오?”
“알았어요.다음 동창회만 나가고 안 나갈 생각이니까 당신 정신 차려요.그 날은 부부 동반이에요.겨우 회사 부장밖에 안 되는 당신이지만 같이 가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 보슈.”
“나까지 가는 동창회가 있소?주눅이 들어서 이를 어쩐다?”
“다음 달15일이에요.메모해 두세요.”
*.허세를 다는 저울은 없나
우리 아빠는 성실하고 멋지십니다.
“어떻게 멋지고 성실하시냐고요?우리 아빠는 큰 회사 부장이신데도 도시락을 꼭꼭 싸들고 다니시고요,한 시간이나 걸어가야 되는 회사를 아침 일찍 일어나 걸어서 출근을 하시고요,회사에서 내주는 차는 회사 일을 할 때만 타시고 퇴근할 때는 차를 회사 차고에 두고 걸어서 오시고요……,내가 너무 많은 칭찬을 했나요?또 있는데…….
하루는 엄마하고 아빠가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요,이상한 사람도 있었어요.
아빠가 하시는 말씀.
“당신이 동창회에 갔다 오면 호랑이가 되는 이유를 이해할 것 같아요.”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셨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우?내가 뭘…….”
“당신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뭔가 이상한데요?”
“우리 회사에 새로 잡역부 한 분이 들어왔는데,그 사람이 바로 우리 부서에 배치를 받았어요.”
“그래서요?”
“회사 부사장님의 추천으로 입사를 했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시려는데 이렇게 뜸을 들여요?”
“그 사람이 나하고 동갑이더라고.”
“그래서요?”
“그 사람의 아내가 여고 동창회에 가는 날이면 대단하다는구려.”
“어떻게요?”
“옷도 일류 의상실에서 빌려 입고,귀고리 팔찌는 금은방에서 빌려서 치장을 하고,미장원에서 굉장한 모양을 내고 동창회에 간다는 거요.”
“그런 사람이 한둘인가요?”
“다른 사람도 그러오?”
“그런 사람 꽤 있어요.”
“그래요?여자들 허세는 계산기가 없어서 분량을 잴 수 없다는 말이 있다더 니…….”
“허세가 아니라 허영이라는 거예요.”
“그게,그거 아니오?당신 빼놓고는.”
“대개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하던 것들이 그렇게라도 하여 잘난 체하면서 자기 과시를 한다니까요.”
“허허허.”
“자기가 과거에 행세 못하던 것을 그렇게라도 해서 앙갚음을 해보겠다는 심사가 아니겠어요.”
“그런가?”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발가숭이 시절에 볼 것 못 볼 것 다 보여주고,보고 자랐기 때문에 허세 벽이 없는데 여기저기서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모여 한 삼년 같이 지내다 보니 거짓말이 정말인지,정말이 거짓말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헤어지고,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동창끼리는 허세 허영이 판을 치는 것 같아요.”
“그랬구먼.그 잡역부로 들어온 사람이 하루는 나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는 거예요.”
아내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물었습니다.
“뭐라고요?”
*허영으로 남편 속 뒤집는 마누라
아빠가 대답했습니다.
“그 사람은 아들 둘이 있는데 공부를 어찌나 못하는지 중학교도 간신히 나오고 동네 불량패들과 어울려 날마다 사고를 쳐서 골치라는 거요.차라리 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탄식을 합디다.”
엄마가 고소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그래요?자식들은 공부를 못해서 속 썩이고,마누라는 허영으로 남편 속을 뒤집어 놓고 쑥떡 같은 집안이구려.”
아빠가 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나는 당신한테 감사했소.”
“어떻게요?”
“차림도 수수하게 하고,화장도 적당히 하고,미장원도 잘 안 가고,학생 때는1등만 한 수재였고,그런 사람이 나같이 못난 사람을 만나 고생을 하면서도 살아주니 얼마나 고맙소.그래서 여고동창회에 다녀와서 약간 투정을 부려도 귀여운 투정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소.”
“당신이 아무리 그래도 다음 동창회에는 꼭 나가야 해요.알았지요?”
아빠가 몸을 사리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거기는 좀 질려서…….”
“당신은 그래서 출세를 못하는 거예요.그런 기회에 좋은 사람들 만나서 교제도 하고 출세 길도 열어 보시라고요.”
“난 이만하면 출세한 거 아닌가?”
“겨우 부장 가지고 호호호.그것도 출세라고 호호호.”
“우리 회사 부장 자리가 그렇게 우스운 자리인 줄 아시오?”
“당신도 이제 회사에서 주는 자동차도 타고 다니고 그러세요.그게 뭐예요?셋방살이 하는 사람도 아우디,벤치를 타고 다닌다던데.날마다 도시락만 싸들고 꾸벅거리고 걸어 다니고,그 나이에 쪽도 안 팔려요?”
“나는 건강히 걸어가는 내 모습에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아시오.이 모습이 바로 나의 진면목이오.”
“동창회에 오실 때만은 회사 차를 타고 오시면 안 되겠어요?”
“물론 안 되지.”
이윽고 동창회 날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이번 동창회는 정말 화려한 동창회가 될 것 같습니다.
*구석에 머리박고 꼼짝 못한 아빠
나는 엄마 동창회 날 아빠가 정말 나가실까?하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엄마 말에 의하면 모두가 훌륭한 사람들이라는데 아빠가 쪽팔려서 못 나가실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숙제를 마치고 할머니 방에서 어린이 프로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밤 아홉 시가 넘어서 엄마와 아빠가 돌아오셨습니다.
엄마는 말없이 통통통 발소리를 내고 안방으로 들어가고 아빠는 느릿하게 들어와 서재로 들어가셨습니다.할머니가 물으셨습니다.
“느이 엄마하고 아빠가 오지 않았니?”
“응,오셨어.”
“어째서 나한테 인사 한 마디 없이 제각각 자기 방으로 들어간 거냐?”
할머니가 좀 섭섭하신 것 같았습니다.내가 할머니 마음을 알고 말했습니다.
“할머니,내가 엄마하고 아빠 보고 이리 오라고 할까?”
“그럴 것까지는 없다.”
그러나 할머니 눈썹이 여덟팔자를 그리셨습니다.그런 얼굴은 못마땅하다고 하실 때의 얼굴입니다.내가 아빠 서재로 갔습니다.
“아빠,할머니가 오시래.”
그리고 엄마 방으로 갔습니다.
“엄마,할머니가 오시래.”
마지못해 할머니 방으로 온 엄마하고 나하고 아빠가 둘러앉았습니다.할머니가 물었습니다.
“오늘 좋은 일이 있다고 나갔다 온다더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아빠가 대답했습니다.
“아니에요.”
할머니가 엄마를 바라보셨습니다.
“어미가 말해 보아라.이상하잖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닌데 들어와서 인사도 없이 각각 딴 방으로 들어가서,조용해?”
엄마가 뾰로통한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저이는 정말…….”
“무슨 실수라도 했던 게냐?”
아빠가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실수할 사람입니까?”
이때 내가 끼어들었습니다.
“할머니,아빠 말씀이 맞아.아빠는 절대 실수 같은 건 안 하실 거야.”
엄마가 아빠한테 눈을 흘기며 속상한 말을 했습니다.
“저이처럼 답답하고 못난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예요.”
할머니가 눈을 크게 뜨셨습니다.
“애비가 답답하다니?”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오늘 동창회에 친구들이 부부동반으로 모이기로 했는데 저이가 가장 늦게 들어오더니 갑자기 한쪽 구석으로 가서 얼굴을 박고 꼼짝을 하지 못하는 거예요.”
할머니가 아빠한테 물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왜 그랬어?”
엄마가 말했습니다.
“자기가 제일 못난 것을 알고 그랬겠지요.게다가 지각까지 했으니 그럴 수 밖에요.우리 동창 중에 가장 공부 못하고 빌빌거리던 애가 자기 남편과 나 와서 인사를 하는데 다들 입이 딱 벌어졌어요.”
할머니도 놀랍다는 듯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래,어떻게 멋진 사람들이었는지 들어보자.”
*마누라 쪽팔리는 건 생각 못하고요?
엄마가 아주 부러운 소리를 했습니다.
“그 애는 요새 자기 남편이 굉장한 회사의 부사장 빽으로 큰 회사의 높은 자리에 들어갔다고 자랑이 하늘을 찌르고 아들 형제가 공부도 잘하고 뛰어나 학교에서 외국으로 유학까지 보내주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아빠한테 물었습니다.
“당신도 숨어서 보았지요?그 성민자 옷이며 절렁거리던 귀고리며 번쩍거리던 팔찌와 멋진 헤어스타일을 보시고 아무 생각도 안 나세요?그 애 남편도 보셨지요?키도 크고 고급 양복에 에티켓…….”
할머니가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런 남편을 두었으니 자랑할 만하겠구나.”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엄마 얼굴만 바라보았습니다.내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귀고리 팔찌,그런 게 그렇게 좋아?”
“좋지 않니?너희 아빠 같으면 백년을 가도 팔찌 하나 사다 주지 못할 거다.”
할머니도 엄마 편이 되셨습니다.
“애비도 잘한 것은 없었다.어미한테 뭐 선물 하나 하는 걸 보지 못했어.그건 네가 너무한 거야.”
아빠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어머니,죄송합니다.저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요.”
할머니가 엄마를 위로하듯 말했습니다.
“좀 섭섭해도 네가 참아라.”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저도 그런 것 바라는 게 아니에요.동창들이 다 모여서 우리 남편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사람인지 다들 알고 싶어서 일어서서 한 마디 하라고 하는데도 고개를 못 들고 포수가 무서워서 달아나다 숨은 꿩처럼 머리를 박고 고개도 못 들더라고요.그러니 제가 얼마나 부끄러웠겠어요.다른 애들이 나를 보고 그랬을 거예요.공부는 잘했어도 남편 하나는 잘못 골랐구나!호호호 하고 고소해 했을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겠다.어쩌자고 우리 아들이 그렇게 못난 짓을 하였을꼬?”
엄마는 아빠를 똑바로 쳐다보고 물었어요?
“왜 그랬어요?내가 아는 당신은 그렇게 못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왜 거기서는 기를 못 펴고 웅크리고 앉았다가 숨어서 나왔느냐고요?”
“그걸 꼭 말해야 되겠소?”
“마누라 쪽팔리는 건 생각지 못하고요?당신은 당당히 일류 회사에 공채로 들어가 부장까지 되었는데 무엇이 모자라서 그렇게 기가 죽어 절절매다가 나왔느냐고요?동창들이 나중에 뭐라고 하겠어요?”
“뭐라고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오?”
“마누라 생각은 조금도 안 하고 자기 못난 생각만하시니 답답해 답답!”
할머니도 엄마 편입니다.
“어미 말이 맞다.네가 무엇이 부족해서 기가 죽어 절절매다 숨어서 있다가 왔느냐?내 아들이지만 좀…….”
“어머니,죄송합니다.”
나도 아빠가 왜 그러셨을까 궁금하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그리고 내일 아빠한테 왜 그러셨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빠는 절대 어디서든 기가 죽을 분이 아니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아빠를 웃기는 귀여운 아들
그 다음날 오후 아빠가 퇴근하여 오셨을 때 내가 여쭈었습니다.
“아빠,왜 엄마한테 바보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계셨어요?”
“그게 그렇게 궁금하냐?”
“아빠는 화도 안 나요?”
“그런 일로 화를 내면 날마다 화만 내고 살지 않겠니?”
“엄마가 할머니 앞에서도 그렇게 야단하시는데도 아빠는 왜 대답을 안 하셨어요?”
“아빠는 사정이 있었다.”
“그 사정을 말해주시면 안 되나요?”
“네가 알아서 무얼 하게?”
“나는 아빠 아들로서 아빠 사정을 알아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나요?”
“아빠 아들이라…….”
“엄마한테 아빠가 절절매시는 걸 보면 답답하고요,저도 남자인데 하는 생각도 났어요.”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거냐?”
“네.”
“하하하.우리 아들이 다 컸구나,어른이 다 되었어.”
“아빠,놀리지 말고 나한테만 비밀로 말씀해 주세요.”
“비밀?”
“네,남자끼리 비밀.”
“하하하,네가 점점 아빠를 웃기는구나.너도 남자라고!”
“아빠가 무슨 말을 해도 비밀을 지킬게요.”
아빠는 잠시 생각을 하시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너 언젠가 엄마하고 우리 회사 사람 이야기하는 거 들었지?”
“무슨 이야기인데요?”
“우리 회사에 부사장 추천으로 잡역부가 한 사람 들어왔는데 그 부인이 얼마나 허풍을 떨고 사치를 부리는지 기가 막히더라고 한 것 말이다.”
“네,들었어요.옷도 일류 의상실에서 빌려 입고,귀고리 팔찌는 금은방에서 빌려서 치장을 하고,미장원에서 굉장한 모양을 내고 동창회에 간다는 거 말씀이지요?”
“그래,넌 기억력이 좋구나.그 사람이 말이야…….”
“그 사람이 누군가요?”
“우리 회사 신입사원이 아빠 밑에서 일한다는 그 잡역부 말이야.”
내가 생각나는 대로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아들 둘이 있는데 공부를 어찌나 못하는지 중학교도 간신히 나오고 동네 불량패들과 어울려 날마다 사고를 쳐서 골치라고,차라리 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탄식을 했다는 그 분인가요?”
“그래,자식들은 공부를 못해서 속을 썩이고,마누라는 허영으로 남편 속을 뒤집어 놓고 쑥떡 같은 집이라고 내가 말하던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뭐예요?”
“바로 그 사람이 엄마 동창생 남편이더라.”
* 10.정말 훌륭한 우리 아빠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네에!그 아저씨가요?”
“음.”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여고 동창생은 화려하고 요란하게 차리고 나와서 자기 남편을 소개하고 있었다.바로 그때 내가 들어갔기 때문에 그 사람은 나를 보지 못한 거야.”
“그분을 아는 척하면 되잖아요?”
“나는 그 모임에 참석해서 그 사람이 바로 엄마 동창생의 남편이라는 걸 알고 많이 놀랐다.그래서 그 사람 체면을 생각해서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느라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고 숨었다.엄마가 사람들한테 인사하라고 다그쳤지만 나는 바보처럼 어물어물하다가 나와 버렸다.”
나는 그런 우리 아빠가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빠가 참 잘하신 것 같아요.아빠가 그 사람 앞에 나타났다면 그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매우 민망한 일이었겠지.”
“그럴 때 엄마는 어떻게 하셨을까요?”
“엄마는 좋아했겠지만 아빠하고 일하는 그분은 얼마나 놀라고 당황하겠느냐?”
내가 믿는 우리 아빠는 정말 멋지고 생각이 깊은 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빠,정말 잘하셨어요.”
“그렇지?아빠가 엄마한테 바보 노릇하는 편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람을 부끄럽게 해 주는 것보다 낫지 않으냐?”
“엄마는 아빠의 그런 깊은 속도 모르고…….”
아빠가 나하고 손도장을 찍으면서 다짐하셨습니다.
“내가 한 말은 비밀이다.엄마가 알면 안 된다.알았지?사람은 자기를 내세우기 전에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네,아빠.나는 아빠를 닮을 거예요.”
*읽어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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