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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프랑스 엄마 한국 엄마

한실25시 2023. 10. 25. 16:39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38. 프랑스 엄마 한국 엄마

 

  승빈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습니다. 마치 나쁜 일을 하다 들킨 듯 가슴도 뛰었습니다. 그러나 렌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여기 좀 봐. 우리 그림자 멋있지?”

승빈은 얼굴이 화끈하여 일어서려고 하는데 렌이 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 움직이지 마 그림자 지워져.”

렌의 엄마가 그림자를 내려다보면서 대답했습니다.

장난이 심하다 렌.”

이렇게 하니까 더 재미있지?”

렌이 장난스럽게 목을 감싸 안았습니다. 그림자도 달라붙었습니다. 승빈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 이러지 마. 엄마 앞에서…….”

그러나 렌은 엉뚱한 짓만 합니다. 렌의 엄마가 벤치로 다가와 한쪽에 앉으며 말했습니다.

넌 재미있는지 모르지만 빈 생각도 해주어야지?”

그제야 렌이 팔을 풀면서 물었습니다.

, 괜찮지? ?”

…….”

승빈이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하자 렌의 엄마가 마음을 알아주는 말을 했습니다.

, 넌 서양 사람이고 빈은 동양 사람이야. 더구나 빈은 동방예의지국에서 난 사람이라 너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그렇지 빈?”

.”

 

  승빈은 너무 고맙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말씀을 했습니다.

누가 본다고 놀라서 금방 딴 짓을 하는 것보다는 렌처럼 자연스럽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어린이다운 것이야.”

우리나라 같으면 자기 딸이 남자와 그림자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엄마가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고 크게 꾸짖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렌의 엄마는 오히려 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 이제 그만 이쪽으로 와 앉아라. 내가 가운데 앉을게.”

알았어, 엄마.”

렌이 자리를 옮겨 앉았습니다. 렌 엄마가 달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달이 참 밝구나. 이렇게 밝은 달을 보는 게 얼마만인가. 오늘밤은 너희들 그림자놀이하라고 달이 도와주는 것 같다. 그렇지 렌?”

승빈은 놀랐던 가슴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렌의 엄마입니다.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낯선 남자 애와 오랜 친구끼리 할 수 있는 짓을 했는데 전혀 꾸짖지 않는 것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구름 사이를 지나가는 달을 보면서 말했습니다.

달이 구름 강을 건너가는 것 같다. 밝은 달도 혼자 떠 있으면 외로워 보이지 않니? 가끔 저렇게 구름이 심술을 부리며 놀아주어야 달이 더 빛나 보인다. 그렇지 빈?”

승빈은 엉겁결에 대답했습니다.

.”

달은 한국에서 보면 더 아름답다. 산에서 떠올라 산 뒤로 숨는 달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지. 지평선에서 떴다가 벌판으로 내려가는 파리의 달보다는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동산 위에서 방긋 웃고 떴다가 서산으로 숨으면서 안녕, 일찍 자고 좋은 꿈꾸세요.’ 하고 숨는 달이 얼마나 좋으냐? , 넌 어땠니?”

그래요, 엄마. 한국에는 산과 들과 골짜기마다 냇물이 있어서 더 좋아요.”

넌 한국 이야기만 나오면 좋아하더라.”

한국에서 더 많이 살았기 때문이지, 엄마.”

한국 남자들은 여자 앞에서 수줍어하는 것이 특징인 것 같았어. 그리고 남자는 모두 애정 표현에 소극적이지. 서양과는 차이가 커.”

엄마, 우리 또 한국에 가서 살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