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 자료/뽑힌 독후감

세계 최고의 심의 / ‘허준’을 읽고

한실25시 2022. 4. 17. 11:59

<제 15회(2001) 대상 작품>

 

세계 최고의 심의 허준

허준을 읽고

김 진영(부산 동래초등5)

 

  나는 지금까지 남학생들이 흔히 좋아하는 과학 분야의 책들을 주로 읽어 왔다. 과학 중에서도 생명 과학이나 우주 과학에 관심이 크기 때문에 서점에 가도 그 쪽 코너에서만 주로 책을 고르고 읽게 됐다. 그래서인지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역사나 전기문들에 대해서는 대강대강 읽거나 아예 읽지 않는 경향이 많았다.

  그런데 5학년이 돼 필독 도서인 루이 브라이를 읽고 큰 감동을 받은 후 조금씩 전기문을 읽게 됐다. 지난 여름 방학 때는 한국 위인 전집 12권 한 질을 다 읽었다. 그 책들을 읽을 때마다 우리 조상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혜와 슬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해 훌륭한 일들을 해내신 데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 장래 희망은 사랑을 실천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특히 허준의 전기를 읽었을 때에는 한 사람이 이루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일생이 내 마음 속 깊이 빠져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허준은 1546년 경기도 양천(지금의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천한 신분인 서자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배려로 서당에 다니며 학문을 익힐 수 있었다.

그 후 명의 유의태의 제자가 돼 처음에는 청소부터 시작해서 점차 의술을 배워 나갔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술은 고귀한 것인데도 그 시절에는 도리어 천한 직업으로 알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원들은 중인이었고, 나라에서 보는 의원 시험은 과거로도 치지 않고 재주꾼은 취한다는 취재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나 스승 유의태는 허준에게 그릇된 의사들의 일곱가지 유형인 식의, 약의, 혼의, 광의, 살의, 망의, 사의가 되지 말고, 고통받는 환자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주는 심의가 되라는 가르침을 새겨 주었다. 그것은 곧 내가 앞으로 계속 마음 속에 새겨 두고 지켜 나가야 할 가르침이기도 했다.

사람의 몸 속 생김을 훤히 알아도 병을 고치기 어려운데, 그 시절에는 해부를 큰 죄로 여겼기 때문에 의원이라도 해부를 해 볼 수 없었다. 스승 유의태는 사람의 몸 속을 샅샅이 알아 둬야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더 잘 고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이 죽거든 자기 몸을 모두 다 해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모두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요즘에도 선뜻 하기 어려운 신체 기증을 400여 전에 했던 유의태의 희생적이고 숭고한 정신에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얼마 전 텔레비전 9시 뉴스에서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한 곳을 찾았다며 천황산에 있는 동굴을 보여 줬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꼭 가 보리라고 다짐했다.

 

  허준은 내의원 취재에 응시하려고 한양으로 가는 도중에 충청도 진천에서 가난한 병자를 돌보다 지체돼 취재에 응시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진정한 심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의 한의학을 본떠서 따르고 의존해 왔지만, 허준은 우리 나라가 중국과 기후와 풍토가 다르고 한약재의 성능도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 체질에 맞는 독특하고 새로운 한의학을 연구, 개발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굶주림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선조 임금의 명을 받고 의학책을 쓰기 시작해, 귀양지에서 15년 만에 25권의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보통 사람은 평생 한 분야도 잘 알기 어려운데, 의학의 모든 분야가 포함돼 있는 것을 보고 사람은 노력에 따라 무엇이든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이 때까지 의사가 환자의 병만 잘 치료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의사는 약하고 보잘 것 없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환자와 진심으로 슬픔과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장 먼저 가져야 한다는 아주 귀중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 마음 깊이 심을 수 있었던 사랑이라는 소중한 나무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심어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