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실25시
2024. 1. 18. 22:20
<효행 동화 ⑬>
자전거
“찌르릉, 찌르릉 비켜나세요. 메롱!”
철진이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약을 올렸습니다. 철진이는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명수는 그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집안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 자전거를 사 달라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명수 아버지는 면사무소 앞에서 작은 야채 가게를 하십니다. 배추 한 단을 팔아봐야 남는 것은 몇 푼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을 하시기 때문에 밥은 굶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명수가 아프다고 조퇴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늦게 돌아와 보니 명수가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갖고 싶어요. 자전거가.”
명수는 잠꼬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잠꼬대를 아버지가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얼마나 자전거가 갖고 싶었으면 꿈에서 저렇게 잠꼬대까지 할거나!’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습니다. 착하고 공부 잘한 내 아들에게 자전거 하나 못 사준 애비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아버지는 명수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얘, 명수야! 넌 자전거가 그렇게 갖고 싶으니?”
“아니에요, 아빠! 그렇지 않아요.”
“얼마나 갖고 싶었으면 잠꼬대까지 했겠니?”
“잠꼬대요? 아니에요,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다, 명수야! 내가 어떻게 해서라도 자전거를 사 주마.”
명수는 한 편으로는 기뻤지만 또 한 편으로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 형편으로는 자전거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명수야, 지금 우리 집에서 기르고 있는 흑염소가 새끼를 낳으면 그걸 팔아서 자전거를 사 주마.”
명수는 이제 학교 가는 길이 가벼워졌습니다. 철용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약을 올려도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명수도 얼마 후면 자전거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명수는 학교 공부가 끝나자 마자 곧 바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염소를 돌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흑염소에게 꼴을 먹여야 빨리 새끼를 낳을 수 있다고 명수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흑염소 돌보는 일을 즐겁게 여겼습니다.
날씨가 화창한 이른 봄날 아침이었습니다.
“명수야, 흑염소가 새끼를 낳았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힘찼습니다. 명수는 부리나케 염소외양간으로 달려갔습니다. 예쁜 흑염소 새끼가 누워 있었습니다. 옆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목멘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명수야, 못난 부모를 만나 네가 고생이구나! 그렇게 갖고 싶은 자전거하나 사 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엄마, 아니에요. 제가 괜히 철없이 조른 것을 얼마나 후회한 줄 아세요?”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차린 명수는 죄송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어머니! 흑염소 새끼가 저렇게 예뻐요? 팔지 마세요. 제가 잘 키울게요.”
“안 된다. 저 흑염소 어미를 팔아야겠다.”
“안 돼요, 아버지! 팔지 마세요. 자전거 필요 없어요.”
“명수야! 미안하구나! 사실은 너에게 말 안 하려고 했는데 …….”
아버지는 말끝을 흐리셨습니다.
“아버지! 무슨 일이 생겼나요?”
“아니다. 일이 생긴 게 아니고 너의 외할머니께서 갑자기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어.”
“외할머니께서요?”
명수는 깜짝 놀랐습니다. 항상 뵈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외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니 명수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도 넉넉하지 못하지만 외할머니는 혼자 사시잖니? 그래서 흑염소 한 마리를 팔아서 병원비에 쓰려고 한단다.”
“네, 그렇다면 아버지 뜻대로 하세요.”
아버지께서 외할머니를 위하는 마음이 대단하시다는 것을 느끼고 명수는 자전거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지만 명수는 자전거를 사지 못해 서운한 마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