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기운이 없어"…부모님의 '구조신호'일 수도
평소와 다른 '응급 상황' 조짐
속 더부룩하고 명치 통증 호소
갑자기 극심한 피로, 힘 빠질 때
급성 심근경색 의심해봐야
응급실 갈 땐 드시는 약 사진 필요
쿵 하고 넘어진 뒤 5분이 가장 중요
"괜찮다" 해도 72시간은 지켜봐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때다. 부모님과 친지 등이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신체 변화를 호소한다. 이들은 단순한 세월의 흔적일 수도 있지만 때론 건강 상태 변화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건강이 악화할 수 있어 주변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료 시기 놓치는 고령
응급 질환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응급의료센터 방문자의 15%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응급실을 방문한 고령층의 36.5%가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한 단계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고령층에게 생긴 응급 상황의 30%가량은 초기 증상을 단순한 노화로 여겨 진단이 늦어진다.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는 데다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고 회복 기간도 길어진다. 평소 몸 상태를 기준으로 변화 여부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새로 생긴 증상인지, 기존 증상의 변화인지를 구분하는 일이다. 언제부터 증상이 발생했는지, 평소와 비교해 증상이 얼마나 다른지, 변화가 갑작스러운지, 평소 하던 일을 똑같이 할 수 있는지 등을 토대로 파악해야 한다.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증상이 서서히 변화하는 만성 악화와 달리 응급 상황은 며칠 안에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다”며 “증상의 강도와 세기가 만성일 때보다 더 강한 데다 양상도 급변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갑자기 기능과 인지 능력, 습관 등이 바뀐다면 응급 상황의 신호일 수 있다. 심장 질환이 대표적이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어느 혈관에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증상 정도와 치료 방식, 골든타임 등이 달라진다. 심장마비로 불리는 급성 심근경색은 혈관이 완전히 막혀서 심장 근육이 죽어 가는 응급 상황이다.
◇극심한 피로·의식 저하 ‘심근경색’ 의심
급성 심근경색이 생기면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지만 고령층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고령층은 급성 심근경색의 증상으로 속이 더부룩하거나 명치 통증을 호소해 급성 위염이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갑자기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도 고령층 급성 심근경색의 주요 증상이다.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 어지럽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령층에겐 심폐소생술을 할 때도 젊은 사람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가슴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슴뼈 아래쪽 절반 부위를 정확하고 깊게 눌러야 한다. 고령층은 혈관도 약하기 때문에 과도한 압박은 내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적절한 강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목 관절이 뻣뻣한 데다 틀니 등을 착용해 기도를 확보하는 게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인공호흡을 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가족들이 평소 복용하는 약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먹는 약의 종류를 정확히 모르면 응급상황에서 치료가 지연되거나 부적절한 처치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혈액 희석제 복용 여부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알려야 한다”며 “심장 약물, 혈압약, 당뇨병 약물 정보도 미리 파악하는 게 좋다”고 했다. 갑자기 응급실을 찾을 땐 복용 중인 약물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좋다. 의료진이 정확한 약물명, 용량, 복용법을 신속히 확인하는 데 도움 된다. 평소 복용하는 약물 정보를 휴대폰에 저장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낙상·골절 등도 사망 위험 커져
고령층 낙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손상이 가장 위험하다. 혈관과 뼈, 내장 기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뇌출혈, 내장 파열, 골절, 척추 손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고관절 골절은 고령층에게 가장 치명적인 손상 중 하나다. 고관절 골절을 당한 고령층의 1년 내 사망률은 20~30%에 이른다. 암 사망률보다 높은 수치다. 넘어진 뒤 사타구니나 엉덩이 부위의 통증, 다리 길이 차이, 발가락이 바깥쪽을 향하는 외회전, 체중을 실을 수 없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고관절 골절을 의심해야 한다. 낙상 후 통증이 있다면 억지로 일어서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면 뇌가 위축돼 두개골과 뇌 사이의 공간이 넓어진다. 뇌와 두개골을 연결하는 혈관이 늘어나 작은 충격에도 혈관이 끊어지기 쉽다. 외상 직후엔 출혈이 없었지만 수일 뒤에 지연성 뇌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뇌에 피가 서서히 고이기 때문에 증상도 서서히 나타난다. 처음엔 가벼운 두통이나 어지럼증으로 시작해 의식 저하, 언어 장애, 마비 등으로 진행할 수 있다. 머리 쪽에 외상이 있다면 24~72시간가량은 환자를 혼자 두지 말고 관찰해야 한다. 평소와 다르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변화가 있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낙상 후엔 첫 5분이 가장 중요하다. 김 교수는 “중요한 원칙은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행동하는 것”이라며 “의식이 없거나 목이나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거나 감각이 없다고 하는 경우엔 절대 환자를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다. 환자가 움직일 수 있다면 천천히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움직이는 과정에서 통증을 호소하거나 이상 증상을 보이면 즉시 중단하고 원래 자세로 돌려놓은 뒤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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