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내가 쓴 수필 64

아들에게 배운 지혜

아들에게 배운 지혜 어? 내 지갑??? 을왕리에서 점심 시간에 해물칼국수를 먹고 나서 음식값을 지불하려고 메는 가방에서 지갑을 찾아도 없는 것이 아닌가? 앞이 캄캄하였다. 몇 번을 가방을 뒤져봐도 헛 수고였다. 바닷가에 온다고 반바지를 입고 온 것이 화근이었다. 게다가 지갑을 깊이가 얕은 뒤쪽 호주머니에 넣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급히 앉았던 곳으로 가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이동파출소에 가봐도 주워온 사람이 없다고 했다. 걱정이다. 문제는 지갑 안에 들어있는 카드였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카드사에 전화를 해서 분실신고를 부탁하였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본인이 있어야 한단다. 할 수 없이 집에 가서 신도를 하기고 했다. 바로 아침에 탔던 204번 버스에 올랐다. 동행했던 아들이 기사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다..

내것만 보이는 근시안

내것만 보이는 근시안 내가 사는 빌라는 8가구가 살고 있다. 그 중 한 가구는 옥상에다 큰 화분들을 준비해서 각종 채소나 꽃들을 잘 재배하고 있다. 요즘도 올라가 보면 상추를 어떻게 그렇게 먹음직스럽게 키워 놓았는지 감탄할 정도이다. 아직 밭에서는 상추가 나올 시기가 아닌데도 어쩜 그렇게 잘 키워 놓았는지 모른다. 물을 주는 호스도 옥상까지 올려놓아 물을 주는 것도 아주 편리하게 해 놓아 옥상에 올라가 보면 농장 수준이다. 아침 일찍 올라가 보면 벌써 물을 주고 거름도 주며 관리에 여념이 없다. 키운 작물이 한 번도 시들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참으로 근면하고 열정적이다. 우리 건물 입구에는 네 개의 화분이 있다. 봄이 되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 화분들은 ..

관장님, 죄송합니다

관장님, 죄송합니다 ‘2관, 3관 다 됩니다.’ 아트필드 갤러리 이정현 대표가 보낸 카톡 문자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 하늘이 노랗기만 했는데 갑사지 이 문자 한 통이 사람을 살려내고 말았다. 이번 세 번째 개인서화전은 문래동에 있는 아트필드갤러리에서 하기로 했다. 그래서 답사를 갔었다. 관장의 안내한 것은 3관이었다. “공간이 좁은데요.” “그러면 2관까지 하세요. 그런데 2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니까 끝나면 하세요.” 이렇게 해서 구두로 계약이 되었다. 이 갤러리는 대관료를 받고 하는 전시장이 아니다. 전시 작품이 팔리면 그 금액을 나누는 시스템이다. 얼마 후, 전시 일자가 카톡으로 안내되었다. 그런데 아주 추운 1월로 배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 때는 너무 추워서 지인들이 오기가 힘드니까 3월말..

反求諸身(반구제신)

反求諸身(반구제신) ‘내로남불’은 사자성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한 반면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는 태도를 지칭하는 말로서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일컫는 말이다.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 잣대를 가진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다.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들 주변에는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합리화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남 탓으로 돌리곤 한다. 내 잘못이 아니고 네 탓이고 세상 탓이고 잘못된 제도 탓이라고 한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에..

死後에 가는 아파트

死後에 가는 아파트 廣州李氏 養眞齌公派 18世孫 南谷 先生 家族墓 사후에 가는 아파트 앞의 상석에 있는 문패이다. 장례 문화는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화장을 하여 수목장, 평장, 수장을 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매장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에 어느 섬을 찾은 적이 있다. 산은 온통 묘로 가득하였다, 섬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앞으로 세월이 지나면 그 섬은 묘섬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장례문화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밖을 보면 이 매장 문화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산의 양지 바른 공간은 모두 묘가 차지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여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

머리 좀 감겨 줄래요?

머리 좀 감겨 줄래요? “내일 아침에 머리 좀 감겨 줄래요?” “그래, 감겨줘야죠!” 아내가 하는 말에 나는 쉽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미장원에 가서 감으면 될 것을 왜 나에게 부탁을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며칠 전에 아내는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당분간은 세수도 해서는 안 되고 물론 머리도 감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눈에 물이 들어가면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세수는 물 수건으로 닦아내면 되지만 머리 감는 일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미장원에 가서 감으면 되잖아요?” ‘물론 되지요, 그렇지만 돈이 들잖아요?“ 미장원에 가서 감으면 편해서 좋겠지만 돈 몇 푼을 내야 하기에 나에게 부탁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흔쾌히 감아주겠다고 했던 것이다. 평상시에 나는..

'천사의 나팔' 유감

'천사의 나팔' 유감 '어? 누가 꺾어 갔지?' 우리 빌라 앞에 한참 예쁘게 피어 있는 천사의 나팔 가지를 누군가가 꺾어 가 버렸다. 두 개의 가지에서 꽃이 피어 있는데 작은 가지를 꺾어 가버렸다. 참 황당했다. 남의 집 앞에 있는 꽃가지를 꺾어 가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꽃가지를 꺾으려고 했을 때에 분명히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살폈을 것이다. 그것은 그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선과 악의 싸움에서 악이 이기고 말았기에 그런 행동을 자초하고 말았을 것이다. 남의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들에게도 선한 마음이 있겠지만 악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나쁜 짓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가지를 꺾어 갔을 때 마음이 편했을까? 남의 물건을 훔치는 버릇은 ..

불효자는 웁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우연한 기회에 소설가 이시백님의 ‘어머니의 힘’이라는 글을 대하게 되었다. 교도소 수용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이 바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군에 간 자식에게 삐뚤빼뚤한 글씨로 "발에 맞는 신발을 신으라"는 자상한 편지를 썼던 어머니는 지금 병중에 있습니다. 자식은 늘 어머니 앞에 죄인입니다. 이 대목이 그 글의 마지막에 나온 구절이었다. 어느 누가 자기 어머니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자가 있을까마는 나는 유별나게 어머니를 좋아했고 따랐지만 효도 하지 못해 지금도 가슴이 맨다. 나는 어렸을 때 항상 어머니 꽁무니를 물고 따라다녔다. 상가집을 가든 결혼 식엘 가든 어김없이 어머니 치마를 붙잡고 따라다녔다.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 해도 알 수가 없다. 아마 어머니와 떨어지기가 싫어서 붙어다녔..

정신과로 보낼거예요

정신과로 보낼거예요 A종합병원 내분비내과 L교수님 방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내 차례로 이름이 떴는데 좀처럼 부르질 않았다. 한참 후에 간호사의 호명으로 교수님 앞에 앉았다. “이제 동네 병원으로 가세요. 다 좋아요.” “당화혈색소는 높은가요?” “6.5입니다.” “처방된 약을 먹고 한 달 동안은 ~~~”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담당 의사의 말이다. “그러면 정신과로 보낼거예요.” 말이 많다는 지적이었던 것입니다. 할 말을 잃고 그냥 그 진료실을 빠져 나와야했다. ‘처방된 약을 먹고 한 달 동안은 혈당이 정상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불규칙적이고 아침 식전 평균 혈당이 150 내외로 높은 편인데 왜 그런가요?’라고 묻고 싶었는데 답을 얻지 못하고 밀려나오고 말았다. 3개월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는 동안 ..

시니어 교통 카드

시니어 교통 카드 ‘어? 교통카드가 어디서 빠졌지?’ 아무리 호주머니를 뒤져봐도 분실한게 틀림없다. 교통카드가 오래되어 반으로 갈라져서 새로 발급 받은지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또 분실하고 나니 허탈하기까지 하였다. 침착하지 못한 성격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몇몇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공원 산책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라 간편복으로 갈아 입고 교통카드도 잘 챙겨서 출발하였다. '서울 도심에 이렇게 공기가 맑은 곳도 있나?‘ 가슴이 싱싱하게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무가 우거져 숲터널을 셋이서 싸목싸목(‘천천히’의 방언)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망중한의 여유였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에 호주머니를 만져보니 교통 카드가 없어서 조금은 짜증까지 났다. 난 확실히 우뇌우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