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웃는 곰님 동화방 70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7. 사랑엔 벽이 없다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7. 사랑엔 벽이 없다 금붕어는 동생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누나 울지 마.” “알았다. 안 울게. 사람들은 우리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우리들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고 자기 좋은 대로만 해.” “누나 고마워.” 금붕어와 거북이는 물속을 마음껏 한 바퀴 돌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먹이를 가져다 던져주고 들여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귀여운 녀석들 잘도 노는구나. 아저씨가 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싸우지 말고 잘 지내거라.”  주인아저씨는 전보다 많은 먹이를 던져주고 출장을 떠났습니다. 아저씨는 날마다 한 번씩 먹이를 주고 들여다보시지만 주인아주머니는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한낮이었습니다. 환한 햇빛이 창문 가득 흘러드는 것을 보며 금붕어가 말했습니다.“거..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5. 500원짜리 거북이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5. 500원짜리 거북이 렌은 그림을 그려가며 동화책에서 읽은 금붕어의 사랑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한 살짜리 거북입니다. 오백 원에 판다는 글씨를 종이에 써 붙이고 손님을 기다리는 아주머니가 제 주인입니다. 한 아저씨가 다가왔습니다.“이거 오백 원이 맞습니까?”“네, 마지막 남은 거라 싸게 팔려고요.”“아주 귀엽게 생겼는걸.”아저씨는 새끼 거북이라고 하며 앙증맞고 예쁘고 귀엽다면서 나를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 차에 태워 집으로 왔습니다.집안에는 커다란 어항이 있고 속에는 아름다운 꼬리를 살래살래 젓는 금붕어 한 마리가 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아저씨가 나를 작은 그릇에 쏟아 놓으면서 말했습니다.“여보, 이리 와 봐요. 복거북이 사왔어요.”아주머니가 다가오며 말했습니다.“그런..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4 날개가 있다고 다 좋은 건 아니야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4 날개가 있다고 다 좋은 건 아니야 “날개가 있으면 없는 것보다 힘들어.”“그게 무슨 소리야?”“하늘을 날자면 날갯짓을 쉬지 않고 해야 해. 안 하면 떨어져.”“나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은 싫어!”“아니야, 하늘에는 무서운 새들이 있고 거미줄이 있고, 비가 오면 날 수도 없어.”“그렇구나. 날개가 있다고 다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구나.” “오늘은 날이 좋으니까 날기 좋겠어. 내가 하늘 끝까지 날아서 저 언덕 너머 산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올게.”“하늘 끝까지?”“그래, 뻐꾸기와 산비둘기가 노래하는 거기 무엇이 있기에 저렇게 노래하고 즐거워하는지 알아보고 올게.”“알았어. 좋은 것 구경하고 와서 말해 줄래?” “좋아, 빨리 갔다가 올게. 기다려.” 렌이 이야기를 지었습..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3. 꽃과 나비의 슬픈 이야기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3. 꽃과 나비의 슬픈 이야기   렌의 집으로 돌아온 부모님들은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렌은 승빈을 데리고 공부방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백지와 크레파스를 내놓고 말했습니다.“빈, 이 종이에다 그림 그려 봐.”“무슨 그림?”“아무거나, 그리고 싶은 대로.”“난 잘 못 그리는데…….” 승빈이 주저하다가 하얀 종이에 민들레와 노랑나비를 그렸습니다.렌이 감탄했습니다.“와아! 짱이다!”“거짓말로 하는 칭찬은…….”“거짓말이 아니야! 잘 그렸어.”“고마워.”“그런데 무슨 생각이 나서 이런 그림을 그린 건데?“그냥.”“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응.”“나는 이 그림을 보니까 슬픈 생각이 들었어.”“왜?”“그냥.”“슬픈 생각은 하지 마. 민들레하고 노..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2 세상에서 인심이 가장 좋은 나라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2 세상에서 인심이 가장 좋은 나라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서비스라는 말은 국제적으로…….” “압니다. 그렇지만 자기 나라말로 좋은 것을 찾아 썼으면 싶습니다.” 모두가 식당에서 자리를 잡자 렌 아빠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인심이 가장 좋은 나라가 어딘지 아십니까?” 승빈 아빠가 고개를 갸웃하고 대답했습니다. “글쎄요. 프랑스가 아닐까요?” “프랑스는 물론 유럽은 모두 짠돌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인심 좋은 나라는 한국입니다.” “한국이라니요?” “여기만 해도 그렇습니다. 무엇이든지 공짜가 없습니다. 심지어 자기네 가게에 들어온 손님한테도 화장실 사용료를 받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니……. 독일, 네덜란드 모두가 그렇지요.” 렌이 끼어들었습니다. “화장실도 한국..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51 눈빛은 못 속여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1 눈빛은 못 속여 “빈,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아무것도…….” “빈의 눈빛이 나를 보고 무슨 이야긴가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아니야?” 승빈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눈빛은 못 속여.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빈을 보는지 알아?” “몰라.”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말할 수 없었습니다. 렌이 눈을 살짝 흘겼습니다. “바보…….” 사실은 렌도 승빈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까만 눈빛이 나를 잡아당기고 있어……. 나는 저 새까만 눈빛 속에 갇히고 싶어……. 한국에 있을 때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눈빛이야, 저렇게 나를 잡아당기는 눈빛은 파리에서도 볼 수 없어…….’ 이때 렌의 아빠가 다가오셨습니다. “무슨 이야..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50. 파란 눈은 호수보다 맑고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0. 파란 눈은 호수보다 맑고 파리 사정에 밝은 렌 아빠는 잠깐 사이에 루브르박물관 부근에서 차를 세웠습니다. “내리시지요. 여기가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루브르박물관입니다.” 승빈은 웅대한 건물과 여러 나라의 관광객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박물관 광장에는 피라미드형의 삼각형 유리 건물이 있고 그 지하 계단 입구를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렸습니다. 승빈과 일행이 삼각 유리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 때 샤론 이사가 말했습니다. “내일 파리를 떠나야 하신다니 여기서 시간을 다 보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루브르박물관은 너무 넓어서 다 돌아보자면 하루 이틀은 걸려야 합니다. 이 박물관에는 세계적인 유품이 많아 어느 것 하나도 보물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 돌아볼 ..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49 병인양요를 아는가?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49 병인양요를 아는가? “네.” 승빈 아빠가 물었습니다. “프랑스 국토와 인구는 어느 정도 됩니까?” “글쎄요 확실하게는 말씀드릴 수는 없고…… 나라 크기로 말하면 64만 평방킬로미터에 인구는 6천6백만 명이고 가톨릭 인구가 70%에 가깝습니다. 한국보다 국토는 3배 정도 크고 인구는 남북한 합한 정도쯤 되지요. 한국은 불교인이 많고 가톨릭보다 기독교 인구가 많은 편이지요?” “참 많은 것을 아십니다. 저보다 더 잘 아시니 한국 사람이십니다.” “건방진 소리 같지만 저도 한국사람 못지않습니다. 한국에 근무하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 역사와 지리, 문학서적을 많이 읽어서 알 만큼 압니다.” “병인양요에 대하여도 잘 아시겠습니다.” 이때 렌이 끼어들어 대답했습니다. “병인양요..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48. 센 강과 루브르박물관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48. 센 강과 루브르박물관 노랑머리 렌의 덕으로 승빈네 가족은 즐거운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렌 아빠의 차는 여덟 사람이 탈 수 있는 크고 좋은 차입니다. 샤론 이사 렌의 아빠가 운전하고 옆자리에는 승빈 아빠가 타고 가운데 자리에는 렌과 승빈 엄마가 탔습니다. 뒷자리는 렌의 엄마와 승빈이 탔습니다. 차는 아늑하고 편안했습니다. 몽마르트 언덕을 내려가 큰길로 들어설 때까지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차는 이리저리 몇 개의 로터리를 돌아 세느강변에 도착했습니다. 하늘도 맑고 공기도 맑았습니다. 차를 세운 샬론 이사가 말했습니다. “여기가 세느강입니다. 여기서 에펠탑까지는 거리가 꽤 됩니다. 중간에 이동할 때는 차로 가고 관광은 걸어서 하다가 다시 돌아와 차로 가야 합니다. ..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47. 국가비밀을 까발리는 기자들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47. 국가비밀을 까발리는 기자들 “그 신문은 가실 때 드릴 테니 가지고 가서 읽어 보시지요. 그런 것을 유명하다는 작가 쓴 것도 우습지만 젊은 사람들한테 읽히는 것도 무립니다. 말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한다면 한국은 언론자유에 대한 의식을 고쳐야 합니다. 기자들이 국가적 이해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일이면 무슨 기사든지 써 댑니다. 한국처럼 나라 일을 까발리는 나라도 드뭅니다. 그러면서도 언론 자유가 없다고 불만을 하는 한국은 문화적으로 많은 고려를 해야 할 것입니다.” “샬론 이사님 말씀 들어보니 부끄럽습니다.” “한국 사람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상한 이야기로 분위기가 가라앉았습니다. 렌도 파란 눈으로 승빈을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