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8.
배고플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렇지. 사람들은……. ”
주인아저씨가 출장에서 돌아오시지
않은 지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주인아주머니는 어항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주인아저씨가 매일 물을 주던 화분에도 물을 주지 않아 꽃들이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거북이는 배가 몹시 고팠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먹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물에 떠다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먹었습니다.
금붕어도 배가 고파 힘을 잃고 한쪽 구석에서
숨만 할딱거렸습니다.
거북이 다가가 물었습니다.
“누나 어디 먹을 거 없을까?”
금붕어는 예쁜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오시지 않으면…….”
“아! 배고프다.”
“주인아저씨가 오실 때까지 참아.”
“난 배가 고파 죽을 것만 같아, 누나도 배고프지?”
“…….”
“누나도 배고프지?”
금붕어는 실낱같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말하지 마. 배고플 때는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해.”
“주인아저씨가 곧 오실까?”
“…….”
“누나 가만히 있으면 배가 더 고파지고 무서워져.”
“…….”
거북이는 다리에 힘을 주어 작은 바위에 올라가 주인아저씨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주인아저씨는 열흘이 되어도 오시지 않았습니다.
“누나 배고파 죽겠다. 뭐 아무 거나 먹을 거 없을까?”
금붕어는 힘이 다 빠진 몸짓으로 거북이가 있는 바위 곁으로 왔습니다.
“거북아 그렇게 못 참겠니?”
“이제 죽을 것만 같아.”
금붕어는 지느러미를 거북이 앞에 하늘하늘 늘어뜨리며 말했습니다.
“그렇게 못 참겠으면 내 지느러미 끝을 조금만 따먹어.”
“누나 안 아플까?”
“아프지는 않아, 전에도 다른 고기한테 물려 보았어.”
“그렇지만 어떻게 누나를 물어뜯어.”
“배고파 괴로운 것보다 나을 거야. 긴 끝을 조금만 물어뜯어.”
“누나, 미안해.”
“너라도 힘을 내야지.”
거북이는 목을 쑥 빼고 금붕어의 기다란 지느러미 끝을 살짝 물어뜯었습니다.
“누나 많이 아프지?”
“괜찮아, 이제는 배 안 고프지?”
“고마워, 누나. 이제 힘이 나.”
금붕어는 다시 힘을 주어 저쪽을 향해 헤엄을 치려고 지느러미를 저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몸의 중심이 잡히지 않고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금붕어는 힘껏 지느러미를 저으며 중얼거렸습니다.
“왜 이럴까?”
거북이가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누나 조심해.”
“알았어.”
금붕어는 힘없이 대답을 하고 물 바닥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거북이 다가가 지느러미를 밀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누나, 힘내.”
“알았어.”
금붕어는 대답을 하면서도 더 힘을 잃고 옆으로 누웠습니다. 거북이는 금붕어의 등을 밀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누나, 힘 좀 써 봐.”
금붕어는 더 힘을 잃었습니다.
“…….”
“누나, 누나!”
거북이가 불러도 힘을 잃은 금붕어는 눈을 스르르 감은 채 배를 뒤집고 벌렁 누워 물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숨이 끊어지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 누나는……. 내가 죽으면 네가 나를 뜯어 먹……. 그리고 넌 죽지 마. 주인아저씨가 올 때까…….”
금붕어는 물에 배를 내민 채 둥둥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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