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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8.배고플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마

한실25시 2024. 7. 24. 22:36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8.

배고플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렇지. 사람들은……. ”

주인아저씨가 출장에서 돌아오시지

않은 지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주인아주머니는 어항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주인아저씨가 매일 물을 주던 화분에도 물을 주지 않아 꽃들이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거북이는 배가 몹시 고팠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먹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물에 떠다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먹었습니다.

금붕어도 배가 고파 힘을 잃고 한쪽 구석에서

숨만 할딱거렸습니다.

거북이 다가가 물었습니다.

누나 어디 먹을 거 없을까?”

금붕어는 예쁜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오시지 않으면…….”

! 배고프다.”

주인아저씨가 오실 때까지 참아.”

난 배가 고파 죽을 것만 같아, 누나도 배고프지?”

…….” 

누나도 배고프지?”

금붕어는 실낱같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말하지 마. 배고플 때는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해.”

주인아저씨가 곧 오실까?”

…….”

누나 가만히 있으면 배가 더 고파지고 무서워져.”

…….”

거북이는 다리에 힘을 주어 작은 바위에 올라가 주인아저씨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주인아저씨는 열흘이 되어도 오시지 않았습니다.

누나 배고파 죽겠다. 뭐 아무 거나 먹을 거 없을까?”

금붕어는 힘이 다 빠진 몸짓으로 거북이가 있는 바위 곁으로 왔습니다.

거북아 그렇게 못 참겠니?”

이제 죽을 것만 같아.”

금붕어는 지느러미를 거북이 앞에 하늘하늘 늘어뜨리며 말했습니다.

그렇게 못 참겠으면 내 지느러미 끝을 조금만 따먹어.”

누나 안 아플까?”

아프지는 않아, 전에도 다른 고기한테 물려 보았어.”

 

그렇지만 어떻게 누나를 물어뜯어.”

배고파 괴로운 것보다 나을 거야. 긴 끝을 조금만 물어뜯어.”

누나, 미안해.”

너라도 힘을 내야지.”

거북이는 목을 쑥 빼고 금붕어의 기다란 지느러미 끝을 살짝 물어뜯었습니다.

누나 많이 아프지?”

괜찮아, 이제는 배 안 고프지?”

고마워, 누나. 이제 힘이 나.”

금붕어는 다시 힘을 주어 저쪽을 향해 헤엄을 치려고 지느러미를 저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몸의 중심이 잡히지 않고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금붕어는 힘껏 지느러미를 저으며 중얼거렸습니다.

왜 이럴까?”

거북이가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누나 조심해.”

알았어.”

금붕어는 힘없이 대답을 하고 물 바닥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거북이 다가가 지느러미를 밀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누나, 힘내.”

알았어.”

금붕어는 대답을 하면서도 더 힘을 잃고 옆으로 누웠습니다. 거북이는 금붕어의 등을 밀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누나, 힘 좀 써 봐.”

금붕어는 더 힘을 잃었습니다.

…….”

누나, 누나!”

거북이가 불러도 힘을 잃은 금붕어는 눈을 스르르 감은 채 배를 뒤집고 벌렁 누워 물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숨이 끊어지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 누나는……. 내가 죽으면 네가 나를 뜯어 먹……. 그리고 넌 죽지 마. 주인아저씨가 올 때까…….”

금붕어는 물에 배를 내민 채 둥둥 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