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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5. 500원짜리 거북이

한실25시 2024. 5. 30. 21:22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5. 500원짜리 거북이

 

렌은 그림을 그려가며 동화책에서 읽은 금붕어의 사랑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한 살짜리 거북입니다. 오백 원에 판다는 글씨를 종이에 써 붙이고 손님을 기다리는 아주머니가 제 주인입니다.

한 아저씨가 다가왔습니다.

이거 오백 원이 맞습니까?”

, 마지막 남은 거라 싸게 팔려고요.”

아주 귀엽게 생겼는걸.”

아저씨는 새끼 거북이라고 하며 앙증맞고 예쁘고 귀엽다면서 나를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 차에 태워 집으로 왔습니다.

집안에는 커다란 어항이 있고 속에는 아름다운 꼬리를 살래살래 젓는 금붕어 한 마리가 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나를 작은 그릇에 쏟아 놓으면서 말했습니다.

여보, 이리 와 봐요. 복거북이 사왔어요.”

아주머니가 다가오며 말했습니다.

그런 것들은 왜 자꾸 사와요.”

아주머니는 반가워하지 않고 귀찮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내가 이런 녀석들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자꾸 사오다니?”

그건 사랑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에요.”

사랑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비싼 돈 주고 사왔겠소?”

사랑한다고 사들이면 뭘 해요?”

뭘 하다니?”

며칠이나 갈까. 당신이 금붕어를 사다가 죽인 게 몇 마리나 되는지 알아요?”

허허 이 사람, 복 거북이가 듣겠소.”

거북이가 듣고 밤에 달아나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다 듣고 있는데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내가 못 알아듣는 줄 알고 이렇게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아저씨는 나를 커다란 어항 속에다 넣으면서 말했습니다.

거북아 여기 금붕어가 있다. 싸우지 말고 잘 지내거라.”

나는 어항 속으로 들어가 물이 뽀글뽀글 솟는 작은 바위 위에 잠시 엎드렸습니다.

겁쟁이 금붕어가 멀리 구석으로 가서 나를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금붕어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금붕어는 어느 틈에 반대쪽 구석으로 달아나 겁먹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다가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금붕어는 아주 예뻤습니다. 나는 또 엉금엉금 기어 그 곁으로 갔습니다. 금붕어가 눈을 흘기며 말했습니다.

가까이 오지 마, . 무서워.”

난 무서운 거북이 아니야.”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6.가장 슬픈 건 엄마 잃는 아픔이야

싫어, 징글맞고 싫어.”

난 네가 예쁜데…….”

난 싫어. 저리 가.”

금붕어는 빛깔도 예쁘지만 까맣고 동그란 눈이 더 예뻤습니다. 나는 또 그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금붕어는 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싫다는데 왜 자꾸 다가오는 거야?”

무서워하지 마. 난 아직 아기거북이야. 금붕어야, 넌 몇 살이니?”

별꼴이야, 네가 내 나이를 왜 묻니?”

난 한 살이야. 오늘 엄마하고 헤어졌어.”

…….”

 

금붕어는 갑자기 내가 불쌍한 듯 눈물이 글썽한 채 바라보았습니다.

난 세상에 나와서 겨우 하루를 살았는데 엄마를 누가 데려가 버렸어.”

금붕어는 피하지 않고 나를 들여다보다가 아주 작고 예쁜 소리로 물었습니다.

그게 정말이니?”

나는 작은 소리로 같은 말을 했습니다.

난 세상에 나와서 겨우 하루를 살았는데 엄마를 누가 데려가 버렸어.”

금붕어는 나를 가까이 들여다보다가 아주 작고 예쁜 소리로 물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지? 불쌍하기도 해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건 엄마를 잃는 아픔이야.”

금붕어는 부드럽고 예쁜 지느러미로 나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동그란 눈을 내 눈에 맞추었습니다.

거북아, 내가 몇 살이냐고 물었지? 나는 다섯 살이야. 너보다 네 살이 위니까 내가 누나다.”

거북이는 금붕어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그럼, 내가 누나라고 불러도 괜찮아?”

그럼! 좋지.”

누나.”

, 거북아. 엄마 생각은 하지 말자. 나도 엄마를 잃고 동생과 같이 이 어항에 왔는데 내 동생은 바로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