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3. 꽃과 나비의 슬픈 이야기
렌의 집으로 돌아온 부모님들은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렌은 승빈을 데리고 공부방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백지와 크레파스를 내놓고 말했습니다.
“빈, 이 종이에다 그림 그려 봐.”
“무슨 그림?”
“아무거나, 그리고 싶은 대로.”
“난 잘 못 그리는데…….”
승빈이 주저하다가 하얀 종이에 민들레와 노랑나비를 그렸습니다.
렌이 감탄했습니다.
“와아! 짱이다!”
“거짓말로 하는 칭찬은…….”
“거짓말이 아니야! 잘 그렸어.”
“고마워.”
“그런데 무슨 생각이 나서 이런 그림을 그린 건데?
“그냥.”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응.”
“나는 이 그림을 보니까 슬픈 생각이 들었어.”
“왜?”
“그냥.”
“슬픈 생각은 하지 마. 민들레하고 노랑나비가 사랑하는 그림이야.”
“그래서 슬픈 거야.”
“사랑을 하는데 왜 슬퍼?”
“사랑하기 때문에 슬프다는 거야. 사랑을 하지 않으면 슬플 것도 없어.”
“이상하다……?”
“꽃과 나비는 잘 어울리는 사이지만 꽃은 꽃이고 나비는 나비잖아?”
“그게 왜?”
“아이 답답해, 사랑을 하면 결혼도 해야 하는데 꽃과 나비는 결혼을 할 수가 없잖아.”
“사랑하면 꼭 결혼을 해야 하나?”
“사랑하면서 결혼하지 않으면 헤어져야 하잖아. 그래서 슬픈 거야.”
“헤어져야 한다고?”
“이별은 슬픈 거야. 나는 꽃이고 빈은 나비 같은 거야.”
“내가 나비라고?”
“이 그림을 보면서 내가 하는 말에 대답해 볼래?
“오케이.”
렌 : “나비야, 반갑다. 나 심심한데 잘 왔어. 나하고 이야기하자.”
빈 : “민들레야, 언제 피었니? 노란 얼굴이 참 예쁘다.”
“호호호, 예쁘다고?”
“너무 예뻐서 안아주고 싶어.”
“안아 줘. 나비야.”
“알았어, 이렇게 안아줄까? 너한테 향긋한 냄새가 나는데?”
“향수를 좀 뿌렸어, 호호호.”
“민들레야, 너는 움직일 수가 없어서 가까이 있는 것만 보아서 세상 구경이 하고 싶겠다. 내가 날아다니며 본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래, 고마워. 나도 날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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