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51 눈빛은 못 속여
“빈,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아무것도…….”
“빈의 눈빛이 나를 보고 무슨 이야긴가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아니야?”
승빈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눈빛은 못 속여.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빈을 보는지 알아?”
“몰라.”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말할 수 없었습니다. 렌이 눈을 살짝 흘겼습니다.
“바보…….”
사실은 렌도 승빈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까만 눈빛이 나를 잡아당기고 있어……. 나는 저 새까만 눈빛 속에 갇히고 싶어……. 한국에 있을 때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눈빛이야, 저렇게 나를 잡아당기는 눈빛은 파리에서도 볼 수 없어…….’
이때 렌의 아빠가 다가오셨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나, 렌?”
“아무 말도 안 했어, 아빠.”
“그만 가자. 발 씻고 일어서.”
렌은 아빠 손을 잡고 걸었고 승빈 엄마는 렌의 엄마와 짝이 되어 다정하게 한국말로 무슨 이야기인지 재미있게 나누면서 걸었습니다. 승빈과 아빠만은 손도 잡지 않은 채 앞서거니 뒤서거니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습니다.
거리에는 개미떼처럼 사람들이 줄을 이어 오가고 길 가운데는 천막 가게에서는 한낮인데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바글거렸습니다. 길옆에 늘어선 빵집들도 빵을 먹는 손님으로 붐볐습니다.
승빈 아빠가 맥도날드 가게 앞에서 제안했습니다.
“간단히 점심을 하시지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손님이 대접하시다니요.”
“제가 무슨 손님입니까. 구원받은 패밀리지요.”
“패밀리라는 말도 쓰시네요?”
“죄송합니다. 우리나라 말이 남의 나라 말에 밀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그만 무심결에 실수를 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외국어 사용을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자기 나라 말을 지키는 것은 자존심이기도 하지만 민족의 얼을 지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말씀이 맞습니다. 앞으로 우리말 사랑을 하겠습니다.”
“제가 주제 넘는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한국말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건 우리를 위하여 부득이하게 하시는 언어 서비스가 아닙니까?”
“언어 서비스요? 하하하하.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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