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웃는 곰님 동화방 75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41. 만남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41. 만남 승빈은 깊은 잠을 자고 눈을 떴습니다. 창밖은 온 세상이 푸른빛으로 가득하고 동쪽 지평선 구름 사이로 해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아아, 잘 잤다!” 팔을 벌려 기지개를 켜고 맑은 하늘을 향해 그렇게 말했습니다. 밖에서 렌이 노크를 했습 니다. “빈, 아직도 자?” 승빈은 문을 열고 나서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새 렌의 아빠까지 와 계셨습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너도 잘 잤니?” “네.” 말은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지만 렌의 아빠는 키가 크고 노란 머리에 안경까지 쓴 완전한 서양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을 그렇게 잘하는 것이 신기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렌이 말했습니다. “늦잠꾸러기님, 세수하고 아침 식사하세요, 호호호.” 아래층에는 벌써 상이 ..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40. 노랑머리 천사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40. 노랑머리 천사 승빈은 삼층 손님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창밖에는 달이 서편으로 기울어져 가고 파리 시내는 가로 등이 황금빛 줄 그림을 이리저리 그리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달은 산에서 떠서 높이 뜬 채 산 너머로 숨는데 여기 달은 지평선에서 떠올라 지평선으로 내려갑니다. 달을 바라보는 동안 엄마 아빠 생각이 가득히 밀려왔습니다. “엄마, 보고 싶어.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이렇게 중얼거리며 가만히 눈을 감았습니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엄마 목소리가 맘속에 쟁쟁하고 아빠의 웃음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내일은 만나게 된다고 하지만 엄마 아빠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따라다니던 노랑머리가 그렇게 부끄러웠는데 그 렌이 보호해 주는 천사일 줄은 몰랐습니다..

38. 프랑스 엄마 한국 엄마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38. 프랑스 엄마 한국 엄마 승빈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습니다. 마치 나쁜 일을 하다 들킨 듯 가슴도 뛰었습니다. 그러나 렌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여기 좀 봐. 우리 그림자 멋있지?” 승빈은 얼굴이 화끈하여 일어서려고 하는데 렌이 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빈, 움직이지 마 그림자 지워져.” 렌의 엄마가 그림자를 내려다보면서 대답했습니다. “장난이 심하다 렌.” “이렇게 하니까 더 재미있지?” 렌이 장난스럽게 목을 감싸 안았습니다. 그림자도 달라붙었습니다. 승빈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렌, 이러지 마. 엄마 앞에서…….” 그러나 렌은 엉뚱한 짓만 합니다. 렌의 엄마가 벤치로 다가와 한쪽에 앉으며 말했습니다. “넌 재미있는지 모르지..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37. 달도 별도 나를 따라 왔잖아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37. 달도 별도 나를 따라 왔잖아 렌이 이렇게 물었지만 승빈은 걱정이 가슴 가득했습니다. ‘렌, 제발 그만 떨어져. 난 겁이 난단 말이야. 어른들이 보시면…….’ 렌은 승빈의 마음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 저 좋은 대로 했습니다. “우리들 달 그림 잊으면 안 돼, 알았지, 빈?” “알았어, 이제 그만…….” “움직이지 마. 그림자 다쳐.” “…….” 렌은 나이에 비하여 말하는 것은 너무 어른 같았습니다. 그런데 하는 짓은 어린애 같다고 생각하며 승빈은 달을 따라 다니는 큰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저녁마다 보이던 개밥바라기가 파리까지 따라온 것입니다. ‘지구는 얼마나 큰 것일까? 한국에서 유럽까지 오는 데 열한 시간이 걸린다. 그 먼 길을 달도 별도 나를 따라 왔잖..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36. 달은 거짓말을 못한다.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36. 달은 거짓말을 못한다. “심청전……?” “심청전이나 춘향전, 흥부와 놀부전 못 읽어 보았어?” 승빈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딴청을 부렸습니다. “그런 구식 이야기 하지 말고 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없어?” “좋아, 그럼 하나 물어볼게. 다섯 빼기 셋은?” “그게 무슨 문제야?” “대답해 봐, 빈.” “둘이지 뭐.” “둘이 뭔데?” “이.” “내가 묻는 뜻은 그런 게 아닌데. 그 뜻을 생각해 봐.” “뜻이 어디 있어 둘이지, 2.” “빈,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오해가 있어서 상대를 미워하게 될 때는 세 번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거야. 그러면 답 이가 이해된다는 말이래. 사람은 오해로 감정 상할 때가 있는데 상대의 입장에서 세 번만 생각하면서 이해가 된다는 거..

35. 후한 인심의 나라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35. 후한 인심의 나라 “물론, 난 프랑스에 살지 말고 어디로 가겠느냐고 물으면 한국으로 갈 거야. 한국처럼 인심 좋은 나라는 없어. 유럽은 어디를 가도 공짜가 없잖아. 빵집에 가서 빵을 사먹는 손님이라도 물도 화장실도 서비스가 없고 돈을 내야 되지만 한국은 달라.” “그런가?” “일본만 가도 음식을 처음부터 아주 조금 주면서 더 달라면 돈을 받는 거야. 한국은 첨부터 푸짐하게 주고도 더 달라면 더 주고 물도 얼마든지 공짜, 아름답게 꾸민 화장실도 거저…….” 승빈은 렌이 하는 말에 놀랐습니다. “푸짐하게라는 말 알고 한 말이야?” “물론이지, 내가 한국 말 모르는 거 있는 줄 알아? 한국 방송국에서 하는 우리말 겨루기에 나가고 싶었는데…….” “그 정도야?” “집에 있을 때는..

정원 같은 한국

정원 같은 한국 “렌의 말은 눈 감고 들으면 한국 사람인데 눈 뜨면…….” “그래? 눈 뜨면 어떻게 보인다고?” “천사처럼…….” “호호호 내가 천사라고? 농담도 귀엽게 할 줄 아네?” “농담 아니야.” “진짜?” “응.” “빈은 누구라고 할까? 나폴레옹?” “농담은, 내가 어떻게 나폴레옹하고 비교를 해?” “나폴레옹보다 잘 생겼잖아.” 승빈은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잘생겼다는 말 처음 들어 보는데!” “아니야 정말 잘 생겼어. 한국에 있을 때 빈이를 알았다면 난 프랑스로 오지 않았을 거야. 호호호.” “안 오면?” “빈이하고 결혼하고 살지, 호호호. 농담!”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아직 어린…….” “내가 어리다고? 나도 알 건 다 안다고. 그걸 몰랐지?” “응.” 렌이 물었습니다. “한국..

장발장과 촛대

장발장과 촛대 “위고는 망명생활을 하는 동안 글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쿠데타로 세운 제정이 무너지자 곧 파리로 돌아왔답니다. 귀국한 그는 전 국민의 환영을 받았고 작가로서 존경을 받으며 노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나자 문학자로는 최초의 국장으로 장사를 치러주는 예우를 받았답니다. 여기까지가 제 지식의 전부입니다.” 렌이 재미있다는 듯 승빈을 곱게 흘겨보면서 말했습니다. “레미제라블, 그게 장발장이라고, 빈?” “응.” “난 한국에서 동화 장발장 읽어 보았어. 그게 레미제라블인 줄은 몰랐지. 호호호.” 렌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럼 장발장 이야기는 네가 해 보렴?” “알았어요. 동화책에서 본 장발장은 시골 노동자였대요. 가난하여 먹을거리가 없는 조카들이 배가 고파서 울자 가엾은 조카들을 위해 빵 한 ..

장발장과 위고

장발장과 위고 “물론, 한국말로 하면 나도 한국말 공부를 하는 시간이 되니까 좋아.” “그럼, 책에서 읽은 것만 말씀드릴게요. 저는 프랑스 작가 가운데 발자크, 빅토르 위고, 모파상, 뒤낭, 사르트르, 페르난데스 같은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았는데 그 중에 빅토르 위고에 대하여 관심이 가장 많습니다.” 렌의 엄마가 물었습니다. “왜?”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는 잘 모르겠고요, 빅토르 위고는 장발장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나와 있거든요.” 렌이 물었습니다. “장발장이 뭐야?” “원래 제목은 ‘레 미제라블’인데 한국에서 동화소설로 바꾸어 출판할 때 책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을 따서 ‘장발장’이라고 한 거야.” “그랬구나! 장발장은 어떤 것인데?”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니면?” “몰라서 묻는 거야, 빈...

세계 제일의 자랑스런 한글

세계 제일의 자랑스런 한글 대답을 못하고 어물거리는 승빈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던 렌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니까, 보석을 가진 사람은 보석 귀한 걸 모르고 남의 손에 끼워 있는 은가락지만 부러워한다니까, 호호호호.” 그래도 대답을 못하는 승빈을 보시던 렌의 엄마가 물었습니다. “그게 뭐냐?” “한글이에요, 글자.” 렌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셨습니다. “한글?” 승빈도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다는 거북선은 굉장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아닌 한글이 그렇게 중요한 줄은 몰랐습니다. 렌이 예쁜 눈빛으로 승빈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지구에는 다섯 종류 내지 열다섯 종류의 사람이 산다고 해요. 그 인종을 말의 종류대로 나누면 86종 내지 130종류의 말이 있다고 해요. 그 가운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