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과 촛대
“위고는 망명생활을 하는 동안 글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쿠데타로 세운 제정이 무너지자 곧 파리로 돌아왔답니다. 귀국한 그는 전 국민의 환영을 받았고 작가로서 존경을 받으며 노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나자 문학자로는 최초의 국장으로 장사를 치러주는 예우를 받았답니다. 여기까지가 제 지식의 전부입니다.”
렌이 재미있다는 듯 승빈을 곱게 흘겨보면서 말했습니다.
“레미제라블, 그게 장발장이라고, 빈?”
“응.”
“난 한국에서 동화 장발장 읽어 보았어. 그게 레미제라블인 줄은 몰랐지. 호호호.”
렌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럼 장발장 이야기는 네가 해 보렴?”
“알았어요. 동화책에서 본 장발장은 시골 노동자였대요. 가난하여 먹을거리가 없는 조카들이 배가 고파서 울자 가엾은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대요. 그 죄로 5년 동안 지중해 연안에 있는 감옥에서 징역을 살다가 4차례나 탈옥을 하려다가 19년이나 징역살이를 더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감옥에서 나오자 매정한 자베르라는 경찰에게 20년 동안 추격을 당하며 살았대요. 전과자라는 이유로 아무도 돌보지 않아 갈 곳 없이 헤매다가 성당의 마리엘이라는 주교의 호의로 하룻밤 숙식을 제공받았대요.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 자고 다음 날 비싼 은 식기를 훔쳐 도망가다가 헌병에게 체포되어 끌려갔대요. 연락을 받고 달려온 마리엘 주교가 ‘그건 내가 준 것’이라고 말하면서 ‘은촛대도 가져가라고 했더니 그건 왜 안 가지고 왔느냐’고 하면서 죄를 덮어 주었어요. 그 순간 장발장은 감동되어 완전히 새 사람이 되어 이름도 마드렌느로 바꾸고 새 출발을 하여 부자가 되고 시장까지 되었다는 거예요. 참 감동적인 이야기지요.”
렌의 엄마는 딸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기뻐했습니다.
“네가 한국에서 좋은 것을 배워 왔구나. 장하다 내 딸!”
“제가 배워 온 것이 그것뿐인 줄 아세요? 아주 많아요.”
“그러니? 난 아무것도 배운 게 없는 것 같은데…….”
“엄마도 생각해 보시면 많은 것을 아셨을 거예요.”
그러는 사이에 해가 서쪽 하늘 낮게 내리고 파리는 노을 속에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소리가 나더니 출근했다가 돌아온 렌의 아빠가 밝은 얼굴로 들어서면서 말했습니다.
“기쁜 소식!”
렌이 물었습니다.
“아빠, 무슨 소식이에요?”
키다리 렌의 아빠가 웃는 얼굴로 승빈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걱정 많이 했지? 아빠 엄마 찾았다.”
승빈은 갑자가 엄마 아빠라는 말에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 아빠를요?”
“그래, 찾았어.”
렌의 엄마가 물었습니다.
“고맙기도 해라. 어떻게 찾으셨어요?”
“내가 신문사와 경찰서를 다 동원했어요. 마침 승빈이 부모가 실종신고를 해 놓아서 찾기가 쉬웠어요.”
렌이 파란 눈을 반짝이며 승빈을 바라보고 웃었습니다.
“축하! 빈, 축하해!”
승빈은 렌의 아빠와 엄마한테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렌한테도 말했습니다.
“렌, 고마워!”
렌 아빠가 승빈에게 덧붙여 말했습니다.
“너는 우리가 잘 데리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마시라고 했다. 내일 우리 집으로 오시기로 했으니 그리 알고 편히 지내라, 알았지?”
“네, 고맙습니다.”
승빈은 이렇게 말하면서 하루 종일 엄마 아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렌이 옆에서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에 깜박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렌의 아빠는 원고를 쓴다고 서재로 가시고 엄마는 주방에서 손님 맞을 음식을 준비하신다고 했습니다. 렌이 엄마한테 말했습니다.
“엄마, 제가 도와드릴까요?”
“네가 뭘 안다고 도와주니? 빈이하고 정원에 나가서 달구경이나 하고 놀아라.”
렌이 좋아서 물었습니다.
“그래도 돼요?”
“그래라.”
렌이 문을 나서며 말했습니다.
“나와, 빈!”
승빈은 주춤거리다가 렌을 따라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정원에는 달빛이 내려 꽃들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렌이 벤치에 앉으며 말했습니다.
“이리 와, 여기 앉아.”
승빈이 렌에게서 떨어져 앉으며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여기서 보는 달도 한국에서 보는 달과 똑같네.”
“그렇지? 그러나 여기서는 달구경하기가 한국처럼 쉽지 않아. 한국에 뜨는 달은 아주 맑고 깨끗하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맑진 않아.”
말을 듣고 보니 밝은 달이지만 옅은 안개에 가린 듯 흐리게 보였습니다.
“오늘은 다행히 날이 맑아서 좋아. 유럽은 비가 많이 오고 구름이 끼어 있어서 달도 별도 잘 볼 수가 없어. 그런데 오늘은 달도 보이고 별도 보이네.”
렌은 장난스럽게 승빈이 곁으로 바짝 다가앉았습니다.
“너무 떨어져 앉으면 싸운 사이 같잖아. 이렇게 짝 달라붙어야지, 호호호.”
승빈은 눈을 감고 들으면 우리나라 아이가 하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눈을 뜨면 노랑머리 파란 눈, 하얀 얼굴이 강 건너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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