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머리 소녀 승빈이 가까이 다가온 낯선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 천사, 천사다!’ 놀라서 이런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입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몽마르트 언덕에서 이렇게 예쁜 얼굴은 처음 봅니다. 화가들이 그려놓은 그림에도 이렇게 예쁜 그림은 없었습니다. 황금빛 노랑머리, 호수에 내린 하늘보다 파란 눈, 목련 같은 뽀얀 얼굴, 나이는 약간 어려 보이지만 승빈이보다 커 보이는 키다리였습니다. 천사같이 예쁜 여자 애가 입을 꼭 다문 채 바라보는 눈빛과 마주치자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승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아이가 안 보이는 성당 뒤로 달아났습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이 모두 노랑머리가 아니면 하얀 머리, 대머리들입니다. 어쩌다 빨간 머리도 지나가지만 까만 머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