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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

한실25시 2022. 12. 27. 19:00

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저자 심 혁 창

 

머리말

  네덜란드에 사는 한국 소년이 부모와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 화가들의 거리를 구경하다가 복잡한 길목에서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다. 소년이 부모를 찾아 복잡한 거리를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이상하게도 노랑머리에 파란 눈의 소녀가 자주 눈에 띈다.

  이리 가도 보이고 저리 가도 보이는데 이상하게 그 아이 눈에 띄는 것이 부끄럽다. 그래서 소녀의 눈에 안 띄려고 돌아다니다 일본인이 많이 사는 동네 골목에 들어섰다가 이상한 아이로 신고 받은 경찰이 데려간다.

 

  말이 안 통하여 경찰서에서 어려움을 당하고 있을 때 그 노랑머리 소녀가 나타나 한국어로 소년을 돕는다. 그리고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소녀는 아빠가 신문사 한국 특파원을 지낼 때 한국학교에 다녀서 한국어와 한국을 잘 아는 소녀이다.

 

  두 소년 소녀가 다른 나라에 사는 동안 말이 잘 안 통하므로 동화와 역사 관계 도서를 많이 읽어서 의외로 프랑스 소녀가 한국말과 한국을 잘 알고 네덜란드에 사는 한국 소년은 독서를 통해 프랑스 문학과 역사를 잘 알고 있어서 흥미롭게 대화를 한다.

소년 소녀는 정신적으로 친숙해지고 애틋한 감정도 싹텄지만 사랑의 감정을 안으로 품은 채 각 나라로 돌아간다. 사랑은 이별할 때 더 진하고 아름답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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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

엄마, 여기가 어디야?”

몽마르트 언덕이란다.”

이게 무슨 언덕이야?”

언덕이 어때서?”

풀밭도 없고 나무도 없고…….”

에스커레트를 타고 올라온 언덕 위에서 승빈이 투덜거렸습니다.

 

  언덕이라고 해서 나무와 풀밭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아서 승빈이 실망했습니다.

엄마와 승빈이는 처음이지만 아빠는 두 번이나 오셨답니다. 아빠는 승빈이 손을 잡고 언덕 위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이 몽마르트 언덕은 아주 유명하지만 해발 129m밖에 안 되는 작은 언덕이란다. 쌩 드니라는 분이 순교    한 곳이라 하여 순교자의 언덕이라고도 부른단다.”

 아빠는 또 궁전처럼 웅장한 교회를 가리키며 설명했습니다.

 

  “이 성당은 쌩 루이 섬 동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나라 예로 들면 여의도와 비슷하게 센 강이 두 갈래    로 갈리는 위치에 형성된 여의도의 5분의 1(?)쯤 되는 작은 섬이다.”

  엄마가 성당을 올려다보며 물었습니다.

  “웅장하기도 하고 건축 양식이 특수하네요?”

 

  엄마가 호기심을 가지고 묻자 아빠가 기분 좋은 얼굴로 신이 나서 자랑하듯 대답했습니다.

  “그래요, 노트르담 대성당은 세계에서 최초로 벽 날개를 사용한 건물인데 이 대성당은 원래 성가대석과 중랑(中廊) 주변에는 벽 날개를 달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었는데 공사가 시작되자(고딕 양식에서 유행한) 꽤 얇은 벽들이 점점 높아지면서 커다란 균열이 벽 밖으로 밀릴 때 생겼다 하오. 그래서 성당의 건축가들은 바깥벽 주변에지지 벽을 만들었던 것이라오. 그러다 보니 교회 건축 양식이 아주 유명해졌다 하오.”

승빈이가 물었습니다.

 

  “아빠, 이 성당에는 지금 누가 사나요?”

  “이 대성당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회 건물로서 파리 대주교좌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단다.”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소설이 있는데 전에는 꼽추가 살지 않았나요?”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 그 꼽추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주마.”

  엄마가 궁금한 것을 물었습니다.

노트르담이 무슨 뜻이래요?”

  “노트르담은 프랑스어로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뜻이라오.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는 것이고. 저 대성당은 프랑스 고딕 건축의 정수로 알려졌는데 전쟁으로 파괴된 것을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 비올레르뒤크가 복구하였다고 해요”.

 

  성당 앞 수천 평 광장에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고 광장 끝 멀리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시골 장터 같은 곳이 보였습니다. 엄마가 그곳을 가리키며 또 물었습니다.

  “저기는 장이 섰나 봐요. 천막 같은 것도 보이고 사람들이 와글거려요.”

  “저건 장터가 아니라……. 아닌 게 아니라 장이라고 해도 되겠소. 그림 시장, 하하하.”

승빈이 가만히 있지 못했습니다.

아빠는 왜 이랬다 저랬다 하세요?”

물건을 팔고 사고 하니까 장은 장인데 보통 장이 아니라 웃는다. 저기는 19세기말에는 르누아르, 고흐, 로트렉, 피카소 등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가촌을 형성했었단다. 그러나 장사꾼들이 모여들어 무도장, 술집을 차리면서 시장바닥이 되었단다. 예술가들이 모여 품격 높은 대화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는데 장사꾼들이 몰려들어 상업화하자 어지러운 분위기에 환멸을 느낀 예술가들이 몽빠르나스라는 지역으로 이주하였단다. 그러자 뒤를 이어 지금은 관광객을 상대로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화가와 유흥가가 즐비한 환락의 거리로 전락했다고 한다.”

엄마가 실망하여 말했습니다.

어디나 장사꾼들은 예술보다 돈벌이에만 정신을 쏟는 건 다 같은가 봐요.”

그런 것 같소. 유명한 예술가가 있는 곳이라면 으레 장사꾼이 먼저 덤벼들고 예술가는 장사꾼의 희생물이 되는 수도 있소.”

 

  그러면서 광장을 지나 시장처럼 보이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비좁은 골목길을 네 칸 꼬리를 매단 관광버스가 마치 기차나 되는 것처럼 모양을 내고 레일도 없는 돌바닥을 덜덜거리며 시장 같은 골목을 파고들었습니다. 기차 흉내를 내고 달리지만 속도는 우리나라 마차 정도로 느리고 차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며 웃고 차에 탄 사람들도 하하 깔깔 웃으며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승빈이 말했습니다.

아빠, 다리 아파요. 저 계단에 가서 쉬면 안 돼요?”

벌써 다리가 아프냐? 그러자.”

엄마와 아빠는 승빈이를 따라 파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계단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승빈이 조르듯 말했습니다.

아빠, 노트르담의 꼽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알았다. 그 이야기는…….”

그렇게 궁금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