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41. 만남
승빈은 깊은 잠을 자고 눈을 떴습니다. 창밖은 온 세상이 푸른빛으로 가득하고 동쪽 지평선 구름 사이로 해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아아, 잘 잤다!”
팔을 벌려 기지개를 켜고 맑은 하늘을 향해 그렇게 말했습니다. 밖에서 렌이 노크를 했습 니다.
“빈, 아직도 자?”
승빈은 문을 열고 나서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새 렌의 아빠까지 와 계셨습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너도 잘 잤니?”
“네.”
말은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지만 렌의 아빠는 키가 크고 노란 머리에 안경까지 쓴 완전한 서양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을 그렇게 잘하는 것이 신기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렌이 말했습니다.
“늦잠꾸러기님, 세수하고 아침 식사하세요, 호호호.”
아래층에는 벌써 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렌 엄마가 사랑스런 눈으로 말했습니다.
“잘 잤어? 오늘은 좋은 날이야. 엄마 아빠를 만나는 날!”
렌도 새처럼 맑은 목소리로 한 마디 했습니다.
“축하, 축하! 아빠 엄마 상봉!”
렌 아빠가 딸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네가 진짜 한국 사람이 되었구나. 상봉이라는 어려운 말도 다 할 줄 알고.”
“저는 프랑스말보다 한국말을 더 잘해요.”
“언제 그렇게 배웠지?”
“학교에선 친구들한테 배우고 집에서는 동화책에서 배웠어. 내가 아무리 잘하면 뭘 해 써 먹지도 못하게 되었는데.”
엄마가 말했습니다.
“왜 못 쓰니? 프랑스에도 한국어 학교가 생기고 대학에도 한국어학과가 있는데.”
렌이 밝게 응답했습니다.
“내가 이래봬도 한국어 선생 하라면 어디서든지 자신 있어, 호호호.”
“그래, 넌 한국어 선생이 되면 좋을 거다. 너만큼 한국어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프랑스 안에 없을 테니까. 아니 독일이나 네덜란드에도 없을걸.”
승빈이 말했습니다.
“맞아요, 네덜란드에도 한국어 학교가 있고 대학에도 한국어학과가 있지만 렌처럼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렌이 신이 났습니다.
“그렇지 빈! 나 한국어 짱이지?”
“짱, 짱이라고? 응, 짱이야 쨩!”
이 말에 온 가족이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승빈도 말해 놓고 모처럼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렌이 귀여운 목소리로 승빈을 불렀습니다.
“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