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의 사랑 / 43. 감사보다 아름다운 꽃은 없다
“이사님께서는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 하십니까?”
“저도 한국말 못할 때는 고생 엄청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발령을 받게 되자 떠나기 전에 한국어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육년 동안 살다 보니 한국사람 다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러셨군요. 온 가족이 한국말을 잘 하시나요?”
“제 딸 렌은 한국말을 한국 사람처럼 합니다. 저보다 더 잘한답니다.”
아빠가 그렇게 말하면서 바라보자 렌이 생끗 웃으며 받았습니다.
“아빠, 자기 자식 자랑하는 것은 뭐뭐래요, 호호호.”
승빈 엄마가 가만있지 못했습니다.
“난 프랑스 천사를 만난 줄 알았는데 한국 천사였네? 호호호.”
그 말에 렌 엄마가 주방에서 내다보며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렌, 기쁘겠다. 널 천사라고 하시니!”
승빈 아빠가 말을 받았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예쁩니다. 나도 노랑머리 천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렌 아빠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러나 천사는 마음이 고와야 하는데 렌은…….”
승빈 아빠가 뒷말을 이었습니다.
“얼굴 고운 천사가 마음 곱지 않은 천사는 없지요, 하하하.”
잠깐 사이에 렌의 엄마가 탁자에 풍성한 먹을거리를 차렸습니다.
“갑자기 차리다 보니 이렇습니다. 사정대로 차렸으니 흉보지 마시고 많이 드세요.”
음식을 들기 전에 승빈 엄마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기도를 했습니다. 승빈도 다른 사람 눈치 채지 않게 아주 짧게 맘속으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엄마 아빠 만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음식도 맛있게 먹겠습니다.”
렌 아빠가 빵에 잼을 바르면서 승빈 아빠한테 눈길을 돌렸습니다.
“어떻게 이 먼 파리까지 오셨습니까?”
“저는 전자회사 네덜란드 지점장으로 파견 나왔습니다. 약간 한가한 때라 닷새 동안 휴가를 내어 파리 구경을 왔습니다. 그런데…….”
“그러셨군요.”
승빈 엄마가 참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몽마르트 성당 화가거리를 구경하다가 애를 잃어버렸지 뭡니까. 한국에서 잃어버려도 찾기 힘든데 말도 안 통하는 낯선 나라라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보호해 주시고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저한테 감사할 일이 아닙니다. 여기 있는 렌이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 말에 승빈 엄마가 사랑 가득한 눈으로 렌을 바라보았습니다.
“고마워, 렌 천사!”
식사를 마치고 차를 들면서 렌 아빠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한국에 사는 동안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승빈 엄마 아빠가 놀라 똑같이 물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네, 말씀 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