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배운 지혜
어? 내 지갑???
을왕리에서 점심 시간에 해물칼국수를 먹고 나서 음식값을 지불하려고 메는 가방에서 지갑을 찾아도 없는 것이 아닌가? 앞이 캄캄하였다.
몇 번을 가방을 뒤져봐도 헛 수고였다.
바닷가에 온다고 반바지를 입고 온 것이 화근이었다. 게다가 지갑을 깊이가 얕은 뒤쪽 호주머니에 넣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급히 앉았던 곳으로 가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이동파출소에 가봐도 주워온 사람이 없다고 했다.
걱정이다. 문제는 지갑 안에 들어있는 카드였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카드사에 전화를 해서 분실신고를 부탁하였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본인이 있어야 한단다. 할 수 없이 집에 가서 신도를 하기고 했다.
바로 아침에 탔던 204번 버스에 올랐다. 동행했던 아들이 기사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기사님이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아니 이게 웬일??? 지갑이 사무실에 있단다. 누군가가 주워서 기사님에게 준 모양이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래서 버스종점 정류소까지 가서 지갑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갑 안에 있는 현금은 없어졌다. 시골에 무슨 공사를 하고 그 돈을 보내려고 현금을 꽤 많이 넣어두었는데 많이 아쉬웠지만 카드라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쉽게 포기하고 말았다.
버스에는 CCTV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어서 경찰에 신고만 하면 그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집사람이 자꾸 충동질을 하였지만 카드라도 남겨두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포기하자고 집사람을 설득하였다.
나는 성격이 차분하지 못하다
언젠가 일산에서 선배님을 만나 점심을 먹었는데 반찬 중에 ‘강된장’이 맛있어 정신 없이 먹었더니 그 선배님이 그 강된장을 포장해서 한 단지 사주셨다. 전철로 오면서 양발 사이에 놓고 왔는데 내릴 때 그냥 내려버리고 말았다. 그 후 그 선배님에게도 분실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같이 동행했던 아들이 말한다.
“아버지, 저는 버스나 전철을 탈 때 반드시 한 정거장 전에 일어나서 내릴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앉은 자리에 혹시 뭐가 떨어져 있는가를 살핍니다. 그래서 분실 사고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뒤쪽 호 주 머니에는 지갑이나 핸드폰을 절대로 넣지 않습니다. 앞쪽 호주머니에 넣었어도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합니다.”
맞다. 바로 그것이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언제나 미리 준비하지 않고 정거장에 도착하면 그 때 급하게 내리곤 하였다. 모든게 나의 실수다. 지갑을 분실하도록 되어 있었다. 돈 주고 좋은 걸 배웠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살아숨쉬는 동안은 지갑이나 핸드폰을 분실하지 않도록 아들이 하는 것처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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