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팔' 유감
'어? 누가 꺾어 갔지?' 우리 빌라 앞에 한참 예쁘게 피어 있는 천사의 나팔 가지를 누군가가 꺾어 가 버렸다. 두 개의 가지에서 꽃이 피어 있는데 작은 가지를 꺾어 가버렸다. 참 황당했다. 남의 집 앞에 있는 꽃가지를 꺾어 가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꽃가지를 꺾으려고 했을 때에 분명히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살폈을 것이다. 그것은 그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선과 악의 싸움에서 악이 이기고 말았기에 그런 행동을 자초하고 말았을 것이다. 남의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들에게도 선한 마음이 있겠지만 악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나쁜 짓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가지를 꺾어 갔을 때 마음이 편했을까?
남의 물건을 훔치는 버릇은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남의 물건에 눈독을 들이는 씨앗이 조금씩 자라서 생긴 못된 습관이다. 농부가 일년 내내 농사 지어 놓은 것을 훔쳐갔다는 것을 보도를 보면 왜 그렇게 내가 화가 치밀까? 특히 인삼은 5~6년을 키워야 하는데 정성껏 가꾸어 놓은 것을 어느 날 갑자기 도난을 당한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우리 빌라 주변의 아파트 앞에 유별나게 아름다운 천사의 나팔꽃이 피어 있는 것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겨울에 되기 전에 당해 연도에 자란 가지는 쳐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운 좋게 가지를 자르는 날 그 앞을 지나다가 가지를 수거할 수 있었다. 경비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꽃집에 가서 꺾꽂이가 가능하다는 상토를 사다가 큰 화분에 가지를 알맞은 길이로 잘라 삽목을 하게 되었다. 가지 몇 개는 모래에다 삽목을 실험적으로 해 보았다. 겨울 내내 실내에다 두고 물을 주며 정성을 다 하였다. 그런데 예쁜 싹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여기 저기서 잎이 나기 시작하여 봄이 되니까 푸르름을 뽐내기까지 하였다. 혼자 보기가 아쉬워 우리 건물 앞에다 큰 화분에 심은 천사의 나팔을 내 놓고 기르기 시작하였다. 가지가 뻗어나기 시작하더니 제법 큰 나무로 성장하여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이 천사의 나팔은 꽃이 한 번만 피는 것이 아니라 지고 난 다음에 한참 있으면 또 피곤하였다. 천사가 부는 나팔이니까 색깔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자태도 무척이나 의젓하여 보기가 참 좋아 외출할 때 한참 들어다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천사의 나팔꽃이 예쁘다고 하여 이번 가을에는 몇몇 가정에 이 가지를 나누어 주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가지를 여지 없이 꺾어가버렸으니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 그 가지를 꺾어다 어떻게 하였을까? 잘 키울 수 있을까? 그 집에서 잘 키워 아름다운 꽃을 피웠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이다. 오늘도 외출하고 돌아오다 그 천사의 나팔이 한 쪽 팔을 잃고 외롭게 울고 모습이 측은하기 그지 없어 내 마음도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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