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로 보낼거예요
A종합병원 내분비내과 L교수님 방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내 차례로 이름이 떴는데 좀처럼 부르질 않았다.
한참 후에 간호사의 호명으로 교수님 앞에 앉았다.
“이제 동네 병원으로 가세요. 다 좋아요.”
“당화혈색소는 높은가요?”
“6.5입니다.”
“처방된 약을 먹고 한 달 동안은 ~~~”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담당 의사의 말이다.
“그러면 정신과로 보낼거예요.”
말이 많다는 지적이었던 것입니다.
할 말을 잃고 그냥 그 진료실을 빠져 나와야했다.
‘처방된 약을 먹고 한 달 동안은 혈당이 정상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불규칙적이고 아침 식전 평균 혈당이 150 내외로 높은 편인데 왜 그런가요?’라고 묻고 싶었는데 답을 얻지 못하고 밀려나오고 말았다.
3개월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는 동안 여러 가지 의문 사항이 많았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질문만 해보고 쫓겨나와야 했다. 물론 많은 환자를 대하는 의사로서는 환자들의 장황한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따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환자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종합병원의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렇지만 길어야 2~3분 정도면 진료나 검사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끝나는 게 예사이다. 그게 의사의 권위를 세우는 길인가? 많은 환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인가? 비싼 진료비 내고 2~3분이라?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게 아닌가? 그런데 오늘 나의 경우에는 30초 정도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심하지 않는가?
병원에 가는 날은 2시간 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오늘은 지난 주에 채혈한 결과를 보러 가는 날이다. 접수를 하고 난 다음에 한 30분 있다가 담당 의사를 만났는데 30초밖에 시간을 할애 받지 못하고 밀려나오게 되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혼자 중얼거리면서 맥빠진 걸음으로 나오고 말았다.
검사 결과를 좀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환자의 의문점을 그래도 몇 개 정도는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전문가의 소견을 들려 주었으면 환자로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허탈한 마음을 가누기가 힘이 들었다.
내가 다니는 동네 주치의는 종합병원 의사들과는 정말로 대조되는 분이다. 아주 자상하게 상담을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만족스럽다. 물론 개인 병원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이해해 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이제는 종합병원에 가지 않고 동네 병원 주치의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넉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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