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속 짧은 영상과 소셜 미디어에 반복 노출될수록 뇌는 쉬운 정보에 길들여져 인지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뇌 썩음'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 종일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유 없이 피곤하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 든다면, '뇌 썩음(Brain Rot)' 현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뇌 썩음은 아직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짧은 영상이나 소셜 미디어처럼 소화하기 쉬운 콘텐츠에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인지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최근 이 같은 뇌 썩음을 예방하고 인지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소개했다.
웬디 로스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 심리학과 선임 강사는 "짧은 영상 같은 미디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는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점점 덜 활동하게 된다"며 "동시에 쏟아지는 정보량에 과부하가 걸려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의도적으로 뇌에 '자극'을 줘라
늘 똑같은 정보에 길들여진 뇌를 깨우려면 의도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어려운 십자말풀이를 풀거나, 인공지능(AI)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글의 초안을 작성하고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릴라 란도스키 태즈메이니아대 신경과학자 박사는 "어떤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관련 신경 경로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개인 트레이너에게 운동을 대신 시키는 것과 같아 아무런 이점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뇌 훈련이 된다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에서 새로운 뇌세포 생성을 촉진하고, 근력 운동은 뇌 발달에 필요한 호르몬 분비를 도와 인지 기능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양한 강도의 운동을 병행하라
신체 활동은 뇌 건강의 핵심이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함께 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란도스키 박사에 따르면 걷기,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에서 새로운 뇌세포 생성을 촉진하고, 근력 운동은 뇌 발달에 중요한 호르몬 분비를 돕는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을 실시하는 것은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뿐 아니라 실제로 향상시키는 효과가 입증된 몇 안 되는 운동 형태"라고 강조했다.
수면으로 뇌를 '세척'하고, 화면과 거리를 둬라
깊은 수면 중에는 뇌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가 활성화된다. 란도스키 박사는 "하루 동안 뇌에 쌓인 대사 노폐물은 깊은 수면 중에 2배 빠른 속도로 제거된다"며 규칙적인 수면 습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디지털 디톡스 시간을 가져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디지털 디톡스'도 병행해야 한다. 하루 30분이라도 기기를 다른 방에 두고 독서, 정원 가꾸기, 일기 쓰기 등 아날로그 활동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피로를 해소하고 뇌 기능 저하의 악순환을 끊는 데 효과적이다.
'주의력 근육'을 단련하라
한 번에 여러 작업을 오가는 멀티태스킹 습관은 주의력을 분산시켜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 소피 르로이 경영학 교수는 이를 '주의력 잔여물(Attention Residue)'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전환할 때 이전 작업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남아 집중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불필요한 스마트폰 알림을 끄고, 집중력이 가장 높은 오전 시간대에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좋다. 주변의 특정 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걸을 때 발이 땅에 닿는 감각과 근육의 움직임을 의식하는 '마음챙김 걷기'도 일상에서 주의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훈련법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예전에 즐겼던 악기 연주나 외국어 공부 같은 취미를 다시 시작하고, 스트레스 요인을 명확히 파악해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건강 검진을 통해 뇌혈관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도 인지 능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