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중간에 "음" "어" "아" 등 군더더기 표현이 늘어나는 것은 치매 시작 신호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5700만 명이며, 매년 약 1000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치매는 기억력뿐 아니라 언어, 판단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까지 서서히 떨어뜨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은 말할 때 "음", "어", "아" 같은 머뭇거리는 표현이 늘거나, 문장 사이 접속사 쓰임이 줄어드는 것이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말 사이 빈칸 길어지는 이유…
뇌 정보 전달 속도 느려지기 때문
문장을 완성할 때 "음", "어", "아" 같은 군더더기 말이 많아지면 치매 신호일 수 있다. 이런 말은 누구나 생각을 정리하거나 다음 말을 고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습관을 넘어, 이전보다 뚜렷하게 늘어난 경우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영국 치매 자선단체 알츠하이머소사이어티 소속 팀 빈랜드 박사는 "나이 들면서 뇌에 변화가 생기는데, 마치 3차선 고속도로가 2차선 고속도로로 바뀌는 것과 같다"며 "정보는 여전히 전달되지만 전달 속도가 느려진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단어를 빨리 떠올리기 어렵고, 적절한 말을 찾을 때 "음" "어" 등의 군더더기 말을 쓰게 되는 것이다.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토론토대·베이크레스트병원·요크대 연구진이 건강한 성인 241명의 말하는 패턴을 분석한 결과, 말하다 멈추거나 "음", "어"처럼 말 중간을 채우는 표현이 늘어나는 사람은 '실행 기능' 점수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실행 기능은 기억, 계획, 집중, 상황에 맞는 판단을 조절하는 뇌 기능이다. 노화와 함께 떨어질 수 있고 치매 초기에 손상되기도 한다.
문장 구조 단순해지며 '접속사' 사용 줄어들기도
치매 증상으로 '왜냐하면', '그럼에도' 같은 접속사 사용이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 되는 건 아니지만 문장 구조가 전보다 단순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예전에는 "퇴근 후 너무 피곤해서 집에 있었다"처럼 이유와 행동을 한 문장 안에서 연결하던 것이 "집에 있었다. 퇴근 후 피곤했다"처럼 짧은 문장으로 나눠 말하는 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실제 알츠하이머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서 '왜냐하면', '그럼에도'처럼 문장의 앞뒤 관계를 이어주는 접속사나 복잡한 구문 사용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단어를 고르고, 앞서 말한 내용을 기억하며, 여러 생각을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하는 실행 기능과 작업기억이 약해지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물론 접속사를 적게 쓴다는 이유만으로 치매를 판단할 수는 없다. 말이 전보다 단조로워지고 단어 찾기가 어려워지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 변화가 함께 나타날 때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치매의 주요 경고 신호는?치매의 초기 증상은 흔히 '깜빡깜빡함'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기억력 저하,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 익숙한 일을 끝내지 못하는 변화, 시간과 장소에 대한 혼란, 시각·공간 판단 문제 등을 주요 경고 신호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평소 하던 요리 순서를 자주 잊거나, 매달 내던 고지서 관리가 갑자기 어려워지고, 익숙한 길에서 방향을 헷갈리는 식이다.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고 찾지 못하거나, 판단력이 떨어져 금전 관리가 허술해지고, 위생·복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성격이 갑자기 예민해지거나 의심이 많아지고, 우울·불안이 두드러지거나, 이전에 즐기던 모임과 취미 활동에서 멀어지는 것도 초기 변화일 수 있다.
다만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는 구분해야 한다. 가끔 사람 이름이 생각나지 않다가 나중에 떠오르는 것, 약속을 한 번 잊는 것, 계산 실수를 하는 것은 나이가 들며 흔히 겪을 수 있다. 반면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최근 일을 계속 잊고, 일상 기능이 떨어지고, 주변 사람이 보기에도 말과 행동의 변화가 뚜렷하다면 단순 건망증으로 넘기지 않아야 한다.
치매 예방하려면…
치매를 100% 막는 방법은 아직 없지만 위험을 낮추거나 발병을 늦추는 생활습관들은 있다. 2024년 란셋 치매위원회 보고서는 교육 수준, 청력 손상,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 신체활동 부족, 당뇨, 과음, 외상성 뇌손상, 대기오염, 사회적 고립, 중년기 높은 LDL 콜레스테롤, 노년기 시력 손상 등 14가지 조절 가능한 요인을 관리하면 전 세계 치매 사례의 약 45%가 예방 또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예방의 핵심은 뇌 건강을 전신 건강과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것도 뇌 자극에 도움이 된다. 독서, 악기, 외국어, 새로운 취미처럼 뇌를 쓰는 활동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