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장례식을 겸한 부부서화전’을 다녀와서
박 기 훈
그 동안 수많은 전시회를 봤지만 오늘 같은 전시회는 처음이었다. 남곡 선생은 부부서화전을 열게 된 동기가 가슴 아팠다. 부인이 작년에 암수술을 두 개나 했다고 하면서 수술이 끝난 뒤에 투병 중에도 붓을 놓지 않은 태도에 감동하게 되어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이 전시회는 세 번 째 맞는 생전장례식이란다. 호기심이 생겨서 귀가 번쩍 띄었다. 살아 있는 동안에 하는 장례식을 생전 장례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암 박지원과 미국의 유명한 회계법인 KPMG 회장이었던 유진 오켈리의 예를 들면서 그들은 죽음에 임박해서 지인들을 초대하여 파티를 열었는데 작가는 살아서 건강하게 활동할 때 지인들을 초대하여 소통하고 저녁 한 끼 대접햐는 것을 생전 장례식이라고 해서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꽃도 받지 않고 축하금도 일제 받지 않았다. 하객들은 호주머니에서 축하금을 꺼내다가 강력한 태도에 다 거두어 들인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전시회에서 축하금을 사절한 전시회를 본 적이 있는가?
남편인 남곡 선생은 한자와 문인화 그리고 꽃누르미의 작품을 전시하였고 부인인 송주 선생은 한글을 전시했는데 놀라운 것은 그 작품을 다 투병 중에 만들었다고 하여 하객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남곡 선생님의 한문 작품을 검토해 보니까 맨 처음에 ‘法故創新’이 붙여 있었는데 서예를 하는 사람은 법첩을 많이 써 본 다음에 창작을 하라는 의미라고 하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문 작품 하나 하나가 다 예술작품이었다.
문인화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했다. 일반적인 문인화와 색깔이 달랐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문인화에서 약간 이탈된 그림들이었다. 특히 난과 매화가 다른 문인화하고는 차별화 되었다. 그런데 그림의 분위기가 깔끔하고 갖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남자가 꽃누르미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꽃누르미’란 야생화의 꽃과 잎, 줄기 등을 채집하여 누르고 건조 시킨 후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압화로 된 한 송이 들꽃은 카드, 편지지, 액세서리, 액자용 그림, 전등 갓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작가가 만든 작품은 축하할 일이 일을 경우 압화로 만든 꽃바구니이었다. 생화로 꽃다발을 받으면 금방 시들지만 압화로 만든 꽃다발을 받으면 1~2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고 싱싱한 꽃바구니로 남을 수 있어 다양하게 만든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그 섬세한 솜씨에 넋을 잃고 말았다.
오픈잉 행사에 그 동안 두 작가를 지도했던 스승님들이 다 참석하였다. 한글의 지도자 지송 이정옥 선생님은 송주를 가리켜 투병 중에도 붓을 놓지 않은 열정에 감동하였다고 하셨다. 남곡선생님의 한문을 지도했던 오운 이봉재 선생님은 기초가 튼튼하여 어떤 체도 다 소화할 수 있는 작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문인화를 지도하신 벽하 최형주 교수님은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상기하게 만든다고 하였으며 좋은 작품이 너무 많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하였다.
이 부부전의 주제가 ‘自己省察’이었다. 전시회를 해도 주제가 있는 전시회를 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를 돌아다 보는 귀한 기회가 되었다고 하면서 인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 부부는 서예를 같이 하고 또 색소폰을 같이 부는데 오픈잉 행사에거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하였다. 송주는 ‘잊혀진 계절’. 남곡은 ‘Limnsita'를 그리고 두 분이 같이 김경남의 ’친구‘를 연주하는 것을 들었는데 수준급의 연주라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하객들은 다 부러워하면서 정말 멋진 전시회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전시는 경인미술관에 10월 25일부터 10월 31일 오전까지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 3관에서 한다고 하니까 뜻있는 분들은 한 번 관람하는 것을 권장한다.
생전 장례식
글 : 이 병 희
낭독 : 김 혜 숙
저 멀리 아스라이 천상이 보인다.
내가 영원히 거(居)할 천상이.
눈부신 햇살 받으면서
내가 그린 흔적에
한 획 한 획을 그어 화룡점정(畵龍點睛)하고 싶다.
수많은 인연 맺었는데
이제 그 끄나풀에 매듭 지어야하니
虛한 마음이 머리를 죈다.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동안
그리고 숨쉬고 있는 동안
내 가슴을 마음껏 풀고 싶다.
많이 불러 모으자.
화려한 치장하고 오라고 하자.
꽃은 무슨 꽃이냐.
그냥 빈 손으로 마음만 가지고 오라고 하자.
그래서 많이많이 수다를 떨자고.
더 진지하게 마음 열어 놓고
지는 해 바라보며
감사하면서 남은 뼘 재련다.
천상이 점점 가까워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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