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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4000원·제육덮밥 5000원···맛도 놀랍다, 어디죠?

한실25시 2024. 7. 17. 21:43

 

칼국수 4000원·제육덮밥 5000원···맛도 놀랍다, 어디죠?

경동시장 ‘홍두깨 칼국수’ 한 그릇 4000원일원동 ‘갯마을 낙지’ 줄서는 가성비 맛집40년 ‘토성옥’ 설렁·갈비탕 젊은층도 단골

4000원짜리 ‘홍두깨 손칼국수’. 정유미 기자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돈 16일 오후,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뜨거운 칼국수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서울 경동시장 인근에 자리한 ‘홍두깨 손칼국수’집. 칼국수 한 그릇에 4000원을 받았다.
진한 멸치 육수에 직접 뽑아낸 굵직한 면발이 그릇을 가득 채웠다. 맛도 전문점에서 1만원 넘게 주고 먹던 칼국수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손짜장면(4500원), 돌솥비빔밥·제육덮밥(5000원) 가격도 저렴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착한 가격’에 푸짐한 양은 물론 맛까지 제대로 잡은 음식점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에서도 “가격이 착한데 양도 많고 맛도 끝내준다” “김치와 깍두기까지 너무 맛있다” “어릴 때부터 믿고 찾는 고수의 맛집”이라는 등의 ‘내돈내산’ 후기들이 올라와 지갑이 얇아진 이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서울 경동시장에 있는 ‘홍두깨 칼국수’ 정유미기자

 

입소문에 줄서는 서울 일원동 갯마을 낙지’. 정유미 기자


서울 일원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갯마을낙지’도 입소문을 탄 곳이다. 특히 점심시간이면 인근 삼성의료원 직원들이 줄을 서는 ‘가성비 맛집’으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인기 메뉴는 싱싱한 낙지를 매콤하게 볶은 뒤 돌솥에 푸짐하게 얹어주는 낙지돌솥비빔밥. 감자수제비 한 그릇과 맛깔스러운 김치에 3가지 반찬이 나오는데 가격은 1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가며 직장 동료와 식사를 하던 최모씨(38)는 “혼자서도 자주 오는데 회식 장소로도 인기다. 양이 푸짐하고 무엇보다 맛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서울 일원동 ‘갯마을낙지’ 연포탕. 정유미기자


이곳의 또 다른 가성비 메뉴는 연포탕이다. 버섯과 미나리 등 각종 채소와 꽃게 한 마리를 넣고 푹 우려낸 맑은 육수에 큼지막한 생낙지 두 마리를 넣어주는데 국수 사리와 죽을 더하면 5만1000원을 내고 4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갯마을낙지 청년 사장 최성균씨(30)는 “식재료는 물론이고 전기료, 인건비 등 음식점을 운영하기가 솔직히 어렵다”며 “주말에는 가족 고객이 많은데 믿고 찾아주시는 단골을 위해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40년 전통 가마솥 탕집 ‘토성옥’ . 정유미기자


40년 가까이 서울 제기동 골목을 지키고 있는 ‘토성옥’은 지방에서도 찾아오는 숨은 맛집이다. 지하철 1호선 제기역 2번 출구로 나와 옆 골목을 따라 100m쯤 들어가면 사골 가마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설농탕’ 한 그릇이 9000원. 국수사리가 담긴 담백한 국물에 밥을 말아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다른 음식점에서 파는 설렁탕과 비교할 수가 없다.
평일 낮에 만난 김모 할머니(74)는 “구리에 사는데 일주일에 한 번 청량리시장에서 장을 본 뒤 설렁탕을 챙겨먹는다”면서 “예나 지금이나 든든하게 건강을 챙기기에 좋다”고 말했다.
토성옥 이미애 사장(55)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단골인데 요즘은 젊은이는 물론 가족들이 갈비탕, 도가니탕까지 많이 찾는다”면서 “코로나팬데믹에도 가격을 안 올리고 버텼는데 어쩔 수 없이 7월부터 1000원씩 올렸다”고 했다.
40년 전통 ‘토성옥’ 설렁탕. 정유미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2.4%)보다 높았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것은 2021년 6월 이후 37개월째다.
또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대표 외식 메뉴인 삼겹살 1인분(200g)은 서울을 기준으로 평균 2만원을 넘어섰다. 비빔밥은 한 그릇에 1만846원, 짜장면 7223원, 칼국수 9154원, 냉면은 1만1692원을 기록했다.
자영업자 황모씨(41)는 “식당은 팔아도 남는 게 없고 서민들은 외식을 하기가 버거운 요즘 착한 가격 음식점이 고단한 일상에 단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