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學父母님前 上書

동방무례지국

한실25시 2022. 11. 24. 11:03

<學父母님前 上書 73>

 

동방무례지국

 

  요즘은 학생들이 버스나 전철에서 어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법이 없다. 자리가 비면 주위를 살피지도 않고 그냥 앉는다. 이것이 동방무례지국의 현실이다.

 

  경로석이 비어 있으면 찾아가 앉는다. 나도 이제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나보다 연상이다 싶으면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한번은 늙스구레한 할머니 한 분이 타길래 서슴지 않고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였다.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듣고 보니 나보다 두 살이나 아래인데 연상인줄 알고 벌떡 일어난 일도 있다.

 

  한 번은 전철을 탔는데 자리가 없다. 그런데 옆에 서 있는 젊은 사람이 초등학교 2~3학년 정도 되는 아들과 함께 서 있었다. 한 학생이 자리를 내어주자 아이는 쏜살같이 앉았다. 그러다가 얼마 안 되어 내 바로 앞에 자리가 하나 생겼다. 내가 앉으려고 했더니 자기 아들에게 자리를 양보한 학생더러 앉으라고 권했다. 다행이 그 학생이 사양해서 겨우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전철에서 어른이 앞에 있을 때 학생들이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이제는 찾아 보기 힘들게 되었다. 어른이 앞에 서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앉아 있었는데 이제 는 앞에 서 있는 노인을 봐도 눈을 빤이 뜨고 태연하게 앉아 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동방무례지국으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젊은 사람들의 애정 표현도 날이 갈수록 대담해졌다. 손을 꼬옥 잡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게 보이는데 도가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앞에 앉은 사람이 민망할 정도의 행동은 어디서, 누구 한테 배운 것인가?

에스칼레이터에서도 떨어지기가 싫은 모양이다. 여자가 한 계단 위에 서면 남자와 여자의 입이 닿게 되어 있다. 그래도 모자라서 허리를 완전히 감고 있으니 보는 사람이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전철 인생이다 보니까 전철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경로석에 건장한 남자고등학생 세 명이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다. 물론 임산부는 아닐게고 그렇다고 장애인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노약자?

자리가 비어 있으니까 앉았다고 변명을 할는지 모르지만 자리가 비어 있더라도 앉아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아는 고등학생들이 아닐까?

 

  동방예의지국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어른 공경의 태도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동방무례지국이 웬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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