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학교 5학년 송 주영 스승님의 결혼식이 있었던 날이다. 11시에 결혼식이 있기 때문에 10시쯤 스승님들이 학교에 모여 승용차 석 대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교문을 나서자 승합차 한 대가 교문을 가로 막은 채 주차를 해 놓았다. 시동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 몇 분이 내려가서 싸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차를 한 쪽으로 밀었다. 그러고 있는 동안 운전자가 나타났다. 거기에도 주차를 하면 되느냐고 우리 직원들과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 안에서 보아도 운전자가 방자하기 그지 없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뭘 잘 했다고 큰 소리를 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 스승님들에게 막 대드는 것이었다.
그대로 차에 앉아 있을 수 없어 내려가 한 마디 했다.
“여보, 젊은이! 뭘 잘 했다고 큰 소리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질을 부리며 나에게 대들었다.
“나이만 쳐먹으면 제일이냐?”
기가 막혀 더 말을 못했다. 나이는 스물 서넛쯤 되어 보인 새파란 젊은이였다.
옆에서 말려 그냥 차에 들어오긴 했지만 하루 종일 입맛이 씁쓸하였다. 우리 막내 아들보다 어린 놈한테 그런 소리를 듣고 나니 정말 기분이 언짢았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싶어 정말 약이 올랐다.
어른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회!
부모가 늙었다고 함부로 버리는 사회!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나라의 현실이다. 지식 교육을 강조한 산물이다. 손윗 사람이 어디 있나?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 대학에 들어가면 그만인걸. 언제부터 이런 분위가 되었단 말인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의 입장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학교에서 뭘 가르쳤단 말인가? 지식 가르치기에 급급했지, 사람 냄새 나는 교육을 게을리 했다는 사실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내 학교 어린이들만이라도 잘 키우고 싶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어린이들로 키우고 싶다. 사람 냄새 나는 사람들로 키우고 싶다. 그래서 ‘신월어린이다짐’ 첫째가 바로 ‘나는 효자가 되겠습니다.’이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람이 이웃을 사랑할 수 있으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께 불효한 사람이 도대체 인간이라고 할 수 있나?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람은 어른을 공경할 줄 안다. 세상에 자기 아버지보다 더 나이가 든 사람을 가리켜 ‘나이만 쳐먹으면 제일이냐?’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의 바탕이 자갈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우리 학교 구령대 위에다는 다음과 같이 써 놓았다.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공부합니다.’라고. 그렇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우리 신월 어린이들을 사람으로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람 노릇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효도하는 마음은 어려서 길러지는 것이다. 귀한 자식이라고 오냐, 오냐 했다가는 이 다음에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속을 썩이지 않도록 하는 가정 교육이 절대 필요하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는 야단도 맞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안 되는 것도 있고 힘이 드는 것도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님의 말을 순종하는 태도도 배워야 한다. 물론 맹목적인 추종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들에게 불합리한 가치를 강요하겠는가? 절대로 그런 일을 없다. 그 당시에는 부모님의 말씀이 귀에 거슬리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면 다 맞다는 것을 아마 경험하였을 것이다. 부모 말씀은 하나도 그른 것이 없다. 부모에게 반항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정에서 세심한 지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사람 냄새를 피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학교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이 사람 냄새를 피울 수 있도록 이것 저것 처방을 해 보고 있다. 아무쪼록 좋은 영향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