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충족적 예언
부모나 교사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따뜻한 가슴을 갖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그런 가슴이 필요한 것이다. 사랑이 없는 사람은 부모나 교사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학생의 개인을 인정해 주는 태도이다. 조물주로부터 타고난 달란트를 끄집어 내서 그것을 계발해 주는 것이 바로 교육이 아닌가! 부모는 가정 교육을, 교사는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기본적인 태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부모나 교사는 더욱 그렇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가능성의 덩어리이다. 학생에 대한 기본적 신뢰, 그들의 능력에 대한 가능성을 믿지 않고서는 좋은 교육을 기대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부모나 교사는 학생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거나 부적응에 빠져 있더라도 그들의 잠재 가능성을 무시하거나 구제 불능이라고 낙인을 찍을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 열심히 가르치고 지도한다면 앞으로 발전할 수 있고 그들의 행동을 변화, 증진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신념과 태도를 가지고 교단에서야 한다.
필자가 아는 교장 중에는 지금도 노래방엘 절대 가지 않는 분이 있다. 내용을 알아본 즉, 초등학교 5학년 음악 시간에 소리를 잘못 냈다고 복도로 쫒겨나 한 시간 동안 음악을 못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복도에서 벌을 서고 있는 동안 ‘나는 노래를 못한 아이, 앞으로 노래는 절대 안 해야지!’라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쫓아낸 교사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 리 없다. 그렇지만 당사자는 일생 동안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우리 부모나 교사들에게는 큰 교훈이 되는 사례이다.
토마스(Thomas)는 자기 충족적 예언의 기초가 되는 “만일 우리가 어떤 상황을 사실로 규정한다면 그 상황은 우리에게 사실로 나타난다.”라는 명제를 제창하였다. 지능이 높은 아이나 가정 환경이 좋은 학생들에 대해 그들이 공부를 잘 할 것이라는 예언 혹은 기대는 마침내 그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자기 충족적 예언이란 어떤 행동이나 학습을 함에 있어서 학습자가 보이는 학습 수준은 주변에서 특히 교사가 가지는 기대 수준에 부합되게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학습자의 지능 수준이 높으면 학습 성취도가 높아진다는 정보를 가진 교사가 자신이 담당하는 어떤 특정의 학생이 머리가 좋다고 믿게 되면 그의 성취도가 실제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비록 그와 실제 지능은 그렇게 높지 않더라도 이 관계는 성립한다.
우리 말에도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서 성장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악담을 해서는 안 된다. 항상 긍정적인 덕담을 해야 할 것이다.
자기 충족적 예언과 같은 의미를 가진 용어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란 것이 있다. 이것은 그리이스 신화에서 유래된 말로 키프로스 섬의 왕인 피그말리온이 상아로 만든 조각 여인상을 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하루고 빠지지 않고 그 여인상 곁에 다가가 ‘정말로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하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피그말리온 왕이 그 여인상에 대해서 가지는 기대와 열정에 감동을 받아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 피그말리온의 아내로 삼게 되었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사람은 진실된 자신보다 타인으로부터 기대받은 모습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로젠탈(Rosenthal)과 자콥슨(Jacobson)은 학교 안에서 학생과 학업 성적이 그 학생에 대한 교사의 예언을 그대로 반영하는가에 대해 실험한 대표적인 연구자들로서 그들의 연구를 ‘교실에서의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바 있다.
요컨대 자기 충족적 예언이란 부모나 교사가 담당 학생에 대해 어떤 기대, 어떤 지각, 어떤 신념,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학생의 성취 행동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너는 도대체 커서 뭐가 될래?”
이 말은 우리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부모나 교사는 절대로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항상 학생들을 인정하는 태도를 몸에 익혀야 한다. 부모나 교사의 말 한마디가 일생을 좌우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부모나 교사가 가져야 할 신념은 비록 학생의 가능성이 미비하더라도 끝까지 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격려하고 극복하려는 인간의 프로메테우스적 노력이어야 한다. 부모나 교사는 학생의 가능성에 대한 굳은 신념과 기대를 가지고 인내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 자식을 또는 학생들을 잘 키우는 비결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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