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글

영기(令器)

한실25시 2022. 3. 1. 11:08

영기(令器)

  ‘영기(令器)’ 菜根談篇에 나오는 말이다. 아름다운 그릇이 되어라는 뜻이다. 이 책은 명나라 홍자성이 써서 남긴 수상집인데 총 359장으로 그 하나 하나가 시적 표현이 넘친데다가 대구법을 활용하고 있어 멋스러움을 풍길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음미할 수 있도록 엮어져 있다. 그래서 종종 나는 이 책을 뒤적인다.

 

 

  있는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서 그릇 이름이 달라지게 된다. 똑같은 병인데 물을 담으면 물병, 꽃을 담으면 꽃병, 꿀을 담으면 꿀병, 젖을 담으면 젖병이 된다.

통도 물을 담으면 물통,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통, 김치를 담으면 김치통, 똥을 담으면 똥통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이다. 사기 그릇에 밥을 담으면 밥그릇, 국을 담으면 국그릇, 과자를 담으면 과자 그릇이 된다.

   이처럼 같은 용기인데도 그 속에 채워진 내용물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부르는 명칭이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 속에 불만, 불평, 시기, 지나친 욕심, 허영을 담는다면 그 그릇에 붙여진 이름은 어떻게 될까? 욕심쟁이, 심술꾸러기, 허풍쟁이가 가득한 그릇이 되고 말것이다. 그렇지만 늘 감사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겸손한 태도를 가진다면 우리들은 대접받는 그릇, 존경받는 그릇이 될 것이다.

 

 

  허드렛 물건을 넣는 그릇은 아무리 해도 관심이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관리도 소홀하게 된다. 아무데나 팽겨쳐 놓는다. 그렇지만 소중한 물건을 담는 그릇은 자주 닦고, 깨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늘 깨끗하게 사용하게 된다.

 

 

  우리들도 마음 속에 아름답고, 좋은 것을 담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 마음을 소중하게 다루어주지 않을까? 귀한 물건처럼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기

  이 두 글자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여운이 있는 글방 >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이 맑으면 달(月)이 와서 쉬고..  (0) 2022.03.03
줄탁동기(啐啄同機)  (0) 2022.03.02
어머니는 영원히 아름답다  (0) 2022.02.28
마음이 곧 경전이다--  (0) 2022.02.27
작고 못 생긴 사과  (0) 2022.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