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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대학생을 둔 어머니의 넋두리

한실25시 2022. 3. 8. 16:57

sky 대학생을 둔 어머니의 넋두리

 

  딸이 sky 대학생이 되었다.

  유치원 2, 초등 6, 중고 6, 이렇게 14년을 전력투구한 결과가 아름답게 열매를 맺었다.

나는 성공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내 딸이 자랑스럽기만 하였다. 그리고 나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뿌듯함까지 느꼈다.

나는 기대했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까

제 할일은 제가 하고, 때때로 엄마도 도와 줄것이라는 기대를 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내 딸 지영이는 나를 차차 실망시키기 시작하였다.

 

  자기 공부방 청소도 하지 않는다. 책상 위는 쓰레기 천국이다.

자기가 신었던 스타킹을 빨기는커녕 욕실 바닥에 아무렇게 던져 놓는다.

설거지는 엄마의 전유물인가?

재래 시장에 가면 따라 가지도 않는다.

가까운 마트에 갔다 올때면 짐은 언제나 엄마 차지.

타령하는 것은 일품이다. 바로 명품 타령!

강의 없는 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잔다.

패스트푸드만 즐겨 먹는다.

따옥이 옷만 즐긴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닌다는 말이다.

밤 늦게까지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부모한테 반말을 하고, 어쩔땐 대들기까지 한다.

과일 하나 깎을 줄 모른다.

옆집 아주머니께 인사도 하지 않는다.

반찬 투정을 한다.

 

  내 탓이다. 내가 잘못 키운 탓이다.

너는 공부만 하면 된다. 아무 일도 하지 말아라. 버릇없어도 괜찮다. 아버지가 들어와도 나오지 말고 공부만 해라. 시간이 부족한데 인사는 무슨 인사냐?

점수만 잘 맞아오면 모든 것이 다 면제다. 이유가 없다. 공부만 잘 하면 된다. 봉사 활동도 엄마가 해주고 싸인 받아 왔었지?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할 때 이동 시간 때문에 이 애미가 운전수 노릇만 했잖니? 넌 지쳐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을 때 내 속은 얼마나 아팠던가?

어쨌든 점수만 잘 맞아오면 된다. 너는 모든 것이 다 면제다. 청소? 설거지? 아니다. 이유가 없다. 왜 그딴 짓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니?

이렇게 길들여진 너에게 내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니? 땅을 치고 통곡을 한다.

 

 이제는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시집도 보내야 할 텐데, 어느 누가 저런 여자를 아내로, 며느리로 맞이한단 말인가? 이런 것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내 양육 방식이 한 인간을 저렇게 처참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죄책감 때문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다 내 탓이다. 내 탓이다. 내가 잘못 키운 탓이다. 오늘 이 시간도 내 가슴을 움켜쥐고 지난 일을 한탄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