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방/한시 산책

<贈別嚴士元> 劉長卿

한실25시 2024. 5. 27. 16:57

<贈別嚴士元> 劉長卿

엄사원과 이별하며-유장경

 

春風依棹閤閭城, 춘풍의도합려성

水國春寒陰復晴수국춘한음복청

細雨濕衣看不見, 세우습의간불견

閑花落地聽無聲한화낙지청무성

日斜江上孤帆影, 일사강상고범영

草綠湖南萬里情초록호남만리정

東道若逢相識問, 동도약봉상식문

靑袍今已誤儒生청포금이오유생

 

봄바람에 배를 타고 합려성으로 떠나는데

물세상의 봄은 춥고 흐리다 개이길 반복하네

가는 비에 옷이 젖지만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시든 꽃은 땅에 지는데 들어도 소리가 없구나.

해 비낀 강 위에 외로운 돛배 흐릿한데

풀빛 푸른 호남땅 만 리 먼 곳에도 정은 있다오.

나를 아는 이를 만나게 되어 안부 묻거든

청포입은 이 사람 이제 유생길 그르쳤다 말해주오.

 

細雨濕衣看不見(세우습의간불견) / 閑花落地聽無聲(한화낙지청무성)이라는 구절 때문에 유명해진 당나라의 관리이자 시인이지요. 너무 강직한 성품인지라 지방 관리를 전전하면서도 모함을 받아 몇 번이나 귀양살이도 했고요. 최근 중국의 대입 자격 시험에도 출제되었듯이 細雨濕衣看不見(세우습의간불견) / 閑花落地聽無聲(한화낙지청무성)이란 구절을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관리의 자세를 뜻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인데 필자가 보기엔 아무래도 靑袍今已誤儒生(청포금이오유생)이라는 구절과의 관계로 보아 지방의 말단 관리로서 목민(牧民)에 힘써도 뚜렷한 공적은 보이지 않기에 細雨(세우)閑花(한화)로써 미미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조를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네요. 그런 까닭에 시 전체의 함의를 지조 높은 유생의 길을 포기하고 청포[말단 관리]로 전전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자조(自嘲)로 보는 게 타당할 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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