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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사각지대...500만 환자가 제대로 치료 안받는다

한실25시 2024. 12. 4. 20:47

고혈압 사각지대...500만 환자가 제대로 치료 안받는다


[박효순의 건강직설]

고혈압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가 약 500만 명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의 혈압은 정상입니까? 치료와 관리는 제대로 하시나요?
국내 고혈압 환자가 1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환자 3명 중 1명은 고혈압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자체뿐 아니라 날로 높아지는 심뇌혈관질환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28%, 30세 이상 성인의 33%가 고혈압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 1230만명이 고혈압 인구로 추정된다. 젊은층도 예외는 아니다. 20대, 30대 고혈압 환자수도 2017년 81만1106명에서 계속 늘어나 2022년 99만715명으로 집계됐다. 젊은 고혈압 '100만명' 시대이다. 60대 이상은 절반이 고혈압 환자인 것으로 학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고혈압 치료를 받는 사람이 85%(약 1050만명), 치료를 꾸준히 받는 사람은 63%(약 780만명)에 그치고 있다. 자신이 고혈압인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고혈압에 해당하는 줄 알면서도 치료를 피하거나 미루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18세 미만 고혈압 환자까지 합치면 약 500만명의 국민이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고혈압은 혈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상승하는 상태로, 진단을 받기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고혈압은 심장 및 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한 합병증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들은 대표적으로 심근경색(심근 손상), 심부전 및 협심증과 같은 심장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뇌혈관에 압력을 가해져 뇌졸중(특히 뇌출혈)의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은 또한 신장 기능에 영향을 미치며, 만성 신부전의 위험을 가중시킨다.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혈관 경화(동맥경화) 및 혈관 파열을 초래한다. 눈에도 해를 끼쳐 망막 손상 및 시력 저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 조절률은 70% 수준이다. 대다수의 고혈압 환자들이 1~3개 약제의 복용 및 적절한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목표혈압 이하로 조절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10~15%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해도 혈압 조절이 안 되거나, 또는 더 많은 약제를 사용해야만 혈압이 조절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저항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즉 이뇨제를 포함한 3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적절한 용량으로 병용해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와 4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해야만 목표혈압에 도달하는 경우를 말한다. 저항성 고혈압은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다른 고혈압에 비해 1.5배나 되며 말기신부전증의 발생위험 또한 높다.


혈압은 측정하는 자세나 장소, 시간, 주변 상황, 측정 여건 등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법이 요구된다. 고혈압 관리는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고혈압학회는 가정에서 혈압측정 시 주의할 점과 올바른 측정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아침에 기상 후 소변이나 대변을 보고 나서 책상이나 식탁 앞 의자에 앉아 다리는 꼬지 않고 등을 기댄 편안한 자세로 5분 정도 안정한 후 팔에 감는 혈압계의 커프(팔뚝을 감는 장치)가 심장 높이에 올 수 있도록 위치하고 재는 것'이 정확한 가정혈압 측정법이다.


학계는 가정에서 혈압을 잴 경우 수축기혈압 135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85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간주하라고 권고한다진료실에서는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나올 경우 '고혈압 또는 조절이 되지 않는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가정에서는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 혈압을 재기 때문에 낮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혈압을 재는 것은 건강을 재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혈압을 재는 것도 중요하다. 가정뿐 아니라 공공시설 등에 혈압계를 비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적으로 혈압계 보급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자면 전국 대학교 휴게실이나 노년기의 휴식처인 경로당 등에 혈압계를 보급하는 사업이 적극 펼쳐져야 한다.

 

박효순 기자 (anytoc@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