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두 마리의 개를 키운다
어느 날, 강민구 법원장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은 적이 있다. 강의 서두에 ‘사람은 누구나 두 마리의 개를 키운다’라는 말을 하였다. 호기심이 생겨 1시간 53분까지 강의를 끝까지 다 들었다.
사람은 자기 나이만큼 키워온 犬(견) 두 마리가 있다는 내용을 정리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거대한 감옥 속에서 살아가는데 이 편견과 선입견은 驕慢(교만)의 다른 이름이다. 편견과 선입견이 나에게 몰고 온 것은 고장난 생각인 고정관념뿐이다. 이 교만은 바로 모든 죄의 근원이 된다.
偏犬(견)見(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고 先入犬(견)見(선입견)은 먼저 마음 속에 자리잡은 主見(주견)이다.
우리들 마음 속에는 여러 개의 개가 있다고 한다. 편견, 선입견, 백문이불여일견 등. 그런데 이 두 마리의 개를 쫓아버리는 한 마리의 특별한 개가 있다.
직접 보지 않고 남에게 들은 이야기로 상대를 판단하고 상황을 접수하면 큰 실수를 범하게 된다.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선입견과 편견은 버리고 내가 겪어보고 상대해 보는 백문이불여일견이 가장 중요하다.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소중한 인연을 놓칠 수가 있으니까. 백문이불여일견을 하면 상대를 정확히 보는 慧眼(혜안)이 생긴다.
인간 관계는 상대적이라서 내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진심으로 대한다면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 있을까?
이 내용과 관계된 <노인과 여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푸에르토리코의 국립미술관에는 푸른 壽衣(수의)를 입은 노인이 젊은 여자의 젖을 빠는 ‘노인과 여인’이라는 한 작품이 걸려 있다.
국립박물관에 들어선 방문객들은 노인과 여자의 부자연스러운 애정 행각을 그린 이 작품에 언듯 불쾌한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이런 싸구려 그림이 어떻게 국립미술관의 입구 벽면에 장식할 수 있단 말인가?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는 부도덕을 통렬히 꾸짖기도 한다. 참으로 의아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푸른 수의를 입은 주책 없는 노인과 이성을 잃은 젊은 여성은 가장 부도덕한 한 인간의 유형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 자칫 불륜의 현장처럼 보이는 작품을 형상화 하고 있는 것일까? 이 그림은 정말 3류 포르노인가?
그런데 푸른 수의를 입은 노인은 분명히 젊은 여인의 아버지이다. 커다란 젖가슴을 드러내놓고 있는 여인은 주책으로 보이는 노인의 딸이다.
이 노인은 푸에르토리코의 독재에 대항하여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싸운 투사였다. 그래서 독재정권은 노인을 체포해 감옥에 가두고 결국 교수형에 처하게 한다. 그런데 이 노인에게 감옥에 있는 동안에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이 노인은 뼈와 가죽만 남게 되었다.
한편 딸은 해산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임종을 보기 위하여 감옥으로 달려갔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버지를 보는 딸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아버지 앞에서 무엇이 부끄러운가. 그래서 잔뜩 불은 젖을 아버지의 입에 물렸다.
음란쯤으로 보인 노인과 여인의 그림은 부녀간의 사랑과 헌신과 애국심이 담긴 숭고한 작품이다.
푸 에르토리코인들은 이 그림을 민족의 혼이 담긴 최고의 예술품으로 자랑하고 있다.
동일한 그림을 놓고 사람들은 포르노라고 비난도 하고 聖畵(성화)하고 격찬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 깃든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그림 속에 담긴 본질을 알고 나면 눈물을 글썽이며 명화를 음미하게 된다.
사람들은 본질을 파악하기도 전에 속단하며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우를 범하기 쉽다. 본질을 알면 시각이 달라진다.
교만과 아집, 그리고 편견을 버려야 비로소 아름다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나 자신부터 편견과 선입견의 두 마리의 개를 몰아내고 백문이불여일견하는 태도를 가지고 내 삶을 살찌워 가련다.
'여운이 있는 글방 > 남곡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의구심 (0) | 2022.05.28 |
---|---|
메라비언의 법칙(Mehrabian's rule)과 호감도 (0) | 2022.05.24 |
훌륭하다는 의미 (0) | 2022.05.17 |
Noblesse Oblige(노블리스 오블리제) (0) | 2022.05.12 |
‘철不知’ 考 (0) | 2022.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