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한국말 하는 사람 만나게 해주세요
“사우스코리아.”
“서울 코리아?”
그만 서울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기뻤습니다.
승빈이는 그 말을 얼른 받았습니다.
“예스.”
“하올다류?”
“네, 열한 살. 아니, 일레븐.”
“웟스매류?”
이 말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 다음부터 하는 말은 한 마디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푹 숙이고 듣기만 했습니다. 한참 무슨 말을 하더니 저쪽 긴 의자에 가서 앉으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그 의자 끝에는 까만 머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까만 머리만 보아도 반가워서 다가앉으며 물었습니다.
“아저씨, 어디서 오셨어요?”
“끼끼 꾸구?”
이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아저씨, 원숭이나라에서 왔어요?”
그 사람은 못 알아듣는 듯 이상한 소리를 냈습니다.
“끄끄끄 끼루루.”
‘이 사람은 원숭이 나라에서 온 것 같다. 안 되겠다. 저쪽에 있는 사람 머리가 까만 걸 보면 한국에서 왔는지도 몰라.’
승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사람한테 갔습니다.
“아저씨, 어디서 오셨어요?”
“콰이쿵 콰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콰쿵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중국사람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많은데 검은 머리는 모두가 이상한 소리를 주고받을 뿐 승빈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말 소리는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갑자기 하나님한테 매달려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 저 좀 살려주세요. 한국말 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세요, 네? 한국말 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시면 하나님 믿어 드릴게요.”
이런 말을 소리 내어 했지만 아무도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나님도 한국말을 못 알아들으시면 내가 아무리 사정해도 헛일일 거야. 아, 어디서 누구를 만나야 한국말을 시원하게 할 수 있을까? 아이, 답답해!’ 시간이 갈수록 불안하고 답답했습니다. 경찰이 구치소에 넣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프랑스 구경 왔다가 감옥만 가게 되었어. 어떡하지? 학교는 어떻게 하고…….’
온갖 걱정이 밀려들어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말이 안 통하여 누구하고도 사정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것은 감옥에 갇힌 것보다 더 답답했습니다.
“하나님, 한국말 알아듣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세요. 한국말……. 하나님 한국말 아시지요?”
밖은 어두워지고 사무실에 전등이 켜졌습니다. 힘도 없고 배도 고팠지만 누구한테 사정할 수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그냥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운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한 마디 했습니다.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 없습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 가운데 한국말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경찰관이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할 뿐 그 사람도 한국말을 몰랐습니다.
‘아이 답답해! 아이 답답해!’
말이 안 통하니 사람이 곁에 있어도 소용없고 전등불이 아무리 밝아도 마음을 밝히지는 못합니다. 누구하고 한국말을 시원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 한국 사람이 보고 싶다. 한국말을 맘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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