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웃는 곰님 동화방

엄마! 이게 뭐야!

한실25시 2023. 1. 24. 16:25

엄마! 이게 뭐야!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은 만나보나 마나입니다. 승빈은 우리나라 사람이 보고 싶었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둘러보는데 노랑머리 아가씨가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 애는 왜 자꾸 보이는 거야. 창피하게…….’

  승빈은 그 여자 아이가 안 보이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 피했습니다. 그때 마침 앞에 새까만 머리에 가방을 든 젊은 아저씨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가서 물었습니다.

아저씨, 말 좀 물어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허리를 꾸벅했습니다. 그 젊은 아저씨는 싱긋 웃으면서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슨 소린지 모를 소리를 했습니다.

넌 누구냐?”

아저씨가 이렇게 물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또 말을 해 보았습니다.

아저씨, 저는요 길을 잃었어요. 아빠 엄마를 찾고 있어요.”

이렇게 말했지만 그 사람은 싱글거리며 짹짹거리는 새소리를 냈습니다. 승빈이는 또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해 보았습니다.

아임 코리언!”

?”

아임 코리언!”

땡큐, 땡규!”

 

  그리고 웃어주더니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어디서든 우리말이 통하는 우리나라 사람만 만나도 숨통이 트일 것 같았습니다. 어디서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될까? 두 사람을 놓치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또 노랑머리 아가씨가 똑같은 거리를 두고 저만큼 서서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 애는 왜 자꾸 보이는 거야. 창피하게…….’

이번에는 그 여자 애가 안 보이는 골목길을 지나 화가들이 붐비던 장마당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시끌벅적하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늦게까지 남은 화가들 몇이 드문드문 앉아서 웃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엄마 아빠가 보일까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보이지 않고 관광버스만 손님도 없는 빈칸을 끌고 기차 흉내를 내며 골목을 누볐습니다.

난 어디로 가야해? 갈 데도 없는데……. 엄마 어디 있어? 어디 있느냐고?’

그냥 주저앉아 울고 싶었습니다. 엄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났습니다. 남이 볼까 봐 얼른 손등으로 문지르고 바라보니 저쪽 텐트 곁에 그 노랑머리가 서 있었습니다.

또 노랑머리!’

노랑머리 소녀만 보면 창피해서 달아나고 싶어집니다.

넌 왜 자꾸 보이는 거야? 난 창피한데.’

 

  승빈은 화가들의 장터를 떠나 뒷골목으로 내려갔습니다. 걸어가면서 노랑머리 소녀가 따라오지 않나 돌아보았습니다. 소녀는 보이지 않고 저녁 그늘이 내린 골목길에 까만 머리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다!’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그러나 침착하게 따라가 보았습니다. 틀림없는 엄마와 아빠가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승빈은 힘이 솟았습니다. 부지런히 달려가 두 사람 바로 등 뒤에서 큰소리로 불렀습니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