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우리 아버지 /강시진

한실25시 2023. 9. 13. 03:55

우리 아버지 /강시진

난 마트로 에어컨 쐬러 간다

구경할 것도 많고 공짜로

시원하고 참 좋다.

 

난 지하철 타고 에어컨 쐬러 간다.

세상 돌아가는 구경도 하고 

공짜로 종착역까지 왔다갔다 한다.

 

꼭 시원한 곳을 찾아가는 것일까

공짜가 좋아서 천만에

젊은 날의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그립다.

 

오늘도 그리워서 정처 없이

걷는다 외로워서 마트로 향하고 

외로워서 지하철을 타고

종착역 서너번 씩 왕복한다.

 

오늘도 조용히 대문을 열고

소리없이 길을 나선다.

가는 곳이 어딘지 발 닿는 곳으로

아들딸들이 걱정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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