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 동화 20>
우리 집 머슴이야!
“얘, 저 사람 누구냐?”
“응? 저 사람? 우리 집 머슴이야!”
민영이는 엉겁결에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민영이는 시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자기 집에서 한 백리쯤 떨어진 도시의 중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차로 통학을 할 수 있었으나 부모님께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친척 집에다 하숙을 시켜주었습니다.
다행히 친척은 하숙비를 받는 대신 매달 쌀 두 말을 식량으로 받았습니다. 오늘도 아버지께서는 이 쌀 두 말을 등에 지고 하숙집으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역에서 같은 중학교를 다니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쌀 자루를 등에 짊어지고 있는 아버지를 가리키며 누구냐 물었을 때 그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우리 아버지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웬지 창피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집에서 일하는 머슴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민영이는 시골 학교에서 항상 1등을 차지하였습니다. 민영이는 공부도 잘 했지만 운동을 잘 해서 여러 친구들에게 인기가 캡이었습니다. 여자 어린이들도 이런 민영이를 좋아했습니다.
민영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부터 그 면에도 중학교가 새로 생겼습니다. 그런데 새로 생긴 중학교는 시시하다고 다 가기를 꺼려 했습니다. 특히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은 더더욱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새로 생긴 중학교 교장 스승님은 초등학교 교장 스승님께 부탁을 해서 될 수 있는대로 많은 학생을 보내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교장 스승님은 학부모를 설득해서 가능하면 우리 면에 있는 중학교에 가도록 하였습니다. 민영이 어머니도 교장실로 불려 왔습니다.
“민영이 어머님! 민영이는 우리 면에 새로 생긴 중학교로 보내시지요. 민영이는 공부를 잘 하니까 장학생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교장 스승님,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우리 민영이는 도시에 있는 중학교 로 보내겠습니다.”
“제가 민영이 집 사정을 빤히 알고 드리는 말씀인데 어려운데 괜히 무리 하시지 않은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우리 애는 반드시 도시에 있는 중학교를 보내겠습니다.”
워낙 민영이 어머님의 태도가 강경하기 때문에 더 이상 교장 스승님도 말씀을 못하였습니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민영이는 도시에 있는 중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민영이었습니다.
민영이는 아버지와 함께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내내 후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떳떳하게 ‘우리 아버지’라고 할걸, 괜한 거짓말을 해 놓고 나니 아버지께 죄를 지은 것 같아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잘 나도 우리 아버지이고, 아무리 못나도 우리 아버지인 것을 왜 순간적으로 그런 잘못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하숙집까지 쌀을 짊어다 주고는 그 자리로 바로 돌아가셨습니다. 민영이 마음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뭐? 아버지를 머슴이라고 해? 이 괘씸한 놈 같으니라고.”
“제가 큰 죄를 지었어요, 용서해 주세요.”
“너 같은 놈은 큰 벌을 받아야 해. 애써서 학교 다니도록 뒷바라지를 해 주신 아버지를 배신하고 뭐? 머슴이라고 친구한테 말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 세요.”
“안 된다, 이 놈아. 너 같은 놈은 혼이 나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하게 되는거야.”
민영이는 저녁 내내 골짜기로 끌려 다녀 온 몸이 상처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여기 저기서 피가 철철 흘렀습니다. 그런데도 고문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나무에다 꽁꽁 묶어 놓고 몽둥이로 내려치기 시작하였습니다.
“빵! 빵!”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얘, 민영아! 학교 가야지?”
누군가가 흔들어 깨웠습니다. 하숙집 아줌마였습니다. 민영이는 꿈을 꾼 것입니다. 온 몸에는 땀이 범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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