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 동화 22>
효성의 꽃이 피던 날(2)
‘사람이구나!’
큰아버지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큰아버지는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혹시 내 동생과 조카가 아닌가 싶어 불안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자 큰아버지의 가슴은 꽁꽁 얼어붙은 것 같았습니다.
‘설마 내 동생은 아니겠지!’
큰아버지는 검은 물체 가까이로 갔습니다.
“아니 ……?”
큰아버지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동생이 분명하였습니다. 덮인 눈을 털어보았더니 정말 자기 동생이 누워 있었습니다. 그 위에 조카 재수가 동생과 끌어안고 엎드려 있었습니다.
“태희야! 태희야!”
큰아버지는 마구 흔들었습니다. 그래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몸은 벌써 싸늘히 식어 있었습니다.
“재수야! 재수야!”
재수도 말이 없었습니다. 큰아버지는 앞이 캄캄하였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큰아버지는 통곡을 하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고 한탄을 해 보았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동생의 몸에 재수의 체크 무늬 코우트가 덮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추위를 덜어 주려고 애를 쓴 조카의 갸륵하고 가련한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습니다.
큰아버지는 두 시체 위에서 또 통곡을 하였습니다.
“야, 이놈아! 너 혼자나 올 것이지 어린 놈을 왜 데리고 왔단 말이냐?”
큰아버지의 울음소리는 마루목재를 울렸습니다.
“재수야, 이놈아! 너라도 살아날 일이지 이 꼴이 뭐냐, 응?”
큰아버지는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술취한 사람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습니다.
‘어린 놈이 지 애비 추울까 봐 지 코우트를 벗어주고 저도 죽어? 바보 같은 놈!’
큰아버지는 못내 아쉬워 자꾸 중얼거렸습니다.
‘이러고 있어서는 안 되지.’
큰아버지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습니다. 큰아버지는 오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마루목재를 뛰어넘듯 단숨에 달렸습니다.
“아버님! 동생 태희와 조카 재수가 그만 …….”
온 집안이 울음 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큰아버지는 이 소식을 빨리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기 아들을 작은집에 보냈습니다.
“작은어머니!”
사립문을 들어서기가 바쁘게 숨을 몰아쉬는 큰집 조카의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재수 어머니는 문을 박차고 마루로 나왔습니다.
“큰 일났어요.”
재수 어머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렇잖아도 간밤을 뜬눈으로 보내면서 걱정을 했는데 큰 일이라니? 그 눈길을 고집 부리며 간 남편과 아들의 일이 궁금하고 불안했는데 이제 올 것이 왔다는 불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아니? 큰 일이라니? 어서 말해봐.”
“작은아버지와 재수가 그만 …….”
큰조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렇게 얼버무렸던 것입니다.
“뭐라고?”
이 말 한마디 남기고 그만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람아, 정신 차리게, 정신차려.”
이웃 아낙네들이 마루에 쓰러진 재수 어머니를 겨우 일으켰습니다.
“기어코 …….”
재수 어머니는 마루를 치며 한없이 울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못 가게 막을 것을 …….”
재수 어머니는 후회와 절망이 범벅이 되어 통곡을 하였습니다.
재수와 한 반인 이웃집 영진이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재빠른 걸음으로 학교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스승님! 재수가 죽었대요. 재수가요.”
느닷없이 쏟아 놓는 영진의 말에 스승님은 어리둥절하였습니다.
스승님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정말이예요. 자기 아버지와 함께 눈속에 얼어 죽었대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단 말이냐”
스승님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스승님!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요, 재수 아버지가 먼저 눈 속에 묻혔는 데 재수가 추워 떨고 있는 아버지를 따뜻하게 해 주려고 자기 몸으로 아버지를 껴안았대요.”
“참으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구나!”
스승님은 혀를 끌끌 찼습니다.
“그래도 자기 아버지의 몸이 식어가는 것을 알고 자기 코우트를 벗어 아버지를 덮어 드렸대요. 그래서 결국 재수도 얼어 죽었대요.”
스승님은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기 1974년 1월 22일,정 재수 이곳에 잠들었으며,이는 경상북도 상주군 화북면 소곡리에서 태어났다.10세의 어린 나이로 혹한의 눈보라 속에 쓰러진 아버지를 구출하고자 못 다 핀 생명을 바쳤으니,아! 아버지의 영혼을 덮어주던 그 맑은 효행은 뭇 사람의 심금을 울려 길이 후세에 흐르라. |
이 효행 비문에 새겨진 글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재수의 효성에 감탄하곤 합니다.
지금도 상주군 교육청에서는 1월 22일을 ‘효성의 날’로 정해 정 재수 군의 효행을 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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