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준 팁
“오늘이 정월 대보름인데 뭐 나물 좀 했나요?”
“나물이 너무 비싸서 못 샀어요. 어떡하죠? 그냥 내 식으로 준비했으 니까 들어보세요.”
대보름 점심 시간에 아내와 나눈 대화이다.
“어? 북어국이다.”
한 숟가락 떠먹어봤더니 맛이 정일품이었다. 여태껏 끓여준 북어국 중에서 오늘이 최고의 맛이었다.
“역시 조세프- 아내를 지칭하는 말-의 음식 솜씨는 알아줘야 한다니 까. 한 그릇 더 떠다 먹어도 되나 요?”
아내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두 그릇이나 먹었다.
또 다른 메뉴가 올라왔다.
서대조림이었다. 서울에서는 그 생선 이름을 박대?라고 한다. 그런데 반건조된 서대는 조림으로 해야 맛이 있는데 어쩜 내 입맛에 딱 맞게 했는지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바로 이 맛이야! 최고!”
국물이 자작하게 있도록 졸이면 서대살이 결대로 잘 일어나기 때문에 먹기도 아주 편하다. 그 맛을 즐겨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가 힘이 든다. 서대조림을 오랜만에 먹어보았는데 정말 그 맛이 끝내주었다.
우리집 반찬 중에는 종종 묵은김치볶음이 올라온다. 김치로서 맛을 잃었을 때 그것을 씻어 담가두었다가 볶아 먹는 요리인데 오늘 점심에도 나물 대신 올라온 것이다. 며칠 전 봄동을 사다 겉절이를 했는데 그것보다 이 묵은김치볶음에 먼저 젓가락이 가는 것을 보면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맛을 본 가까운 지인들은 자기집 김치가 시어젔다고 볶아먹으라고 가져오기도 한다.
“이번 보름 점심은 조세프 덕분에 아주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오곡밥 과 나물은 없었지만 그 이상입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수고는 했지만 아내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나는 서슴지 않고 지갑에서 돈 2만원을 꺼내 조세프에게 전했다.
“수고했어요. 이 행복한 식탁을 만드느라 애썼어요. 고마워요.
오늘 조리가 일품이어서 약소하지만 팁으로 드립니다. ”
조세프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지면서 그렇게 만족해 할 수가 없었다.
내 마음도 갑자기 넉넉해 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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