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멘토라고 부르는 후배가 하나 있다. 자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소통을 하는 사이인데 며칠 전 종합문예지에 자기 시가 게재 되었다고 봉투에 넣어가지고 준 것을 받았는데 그 봉투 겉에 ’김ㅇㅇ교수 드림’이라고 쓴 것을 본 것이다. 그 후배를 집사람도 잘 알고 있기에 ‘이것은 아니지’라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 봉투를 보고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멘토에게 그러니까 자기 손윗 사람에게 ‘김ㅇㅇ교수 드림’이라고 쓰는 것은 큰 실례이다. 그냥 ‘김ㅇㅇ 드림’이라고 써야 맞다.
뒤늦게 박사 학위를 받고 S대학에 시간 강사로 나간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수강생들이 ‘교수님, 교수님!’하니까 본인은 스스로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으면 ‘ㅇㅇ교수님’이라고 썼을까? 난 그 후배의 가슴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멘토라면 정중하게 이래서는 안 된다고 충고를 하고 싶지만 천하를 얻은 것처럼 들떠 있는 마음에 상처를 줄 수가 없었다. 본인 스스로가 깨달을 때까지 두고 보기로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나타내려고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기 성찰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억누르고 겸손해 지는 것을 익혀야 한다. 자기를 낮출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인격자가 아닐까?
본인이 자랑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귀신같이 상대방을 다 파악하고 있다. 거기다가 잘났다고 뽐내는 것은 소인배의 행위가 분명하다. 상대방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자랑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인품에서 풍겨나오는 은은한 향기가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는 법이다. 겸손은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숙인다는 말을 되뇌여 보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