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만이라도~
’어? 화분의 꽃이 시들었네!‘
짊어지고 있던 배낭을 벗어놓고 물부터 듬뿍 주었다.
나나랜드에 가서 며칠 쉬고 저녁 늦게 집에 도착하였다. 제일 먼저 눈에 띤 것이 시든 화분이었다. ’원 참, 화분의 꽃이 이렇게 시들었는데 누구 하나 물 주는 사람이 없었나!‘ 혼자 궁시렁거리면서 물을 주었다.
우리 빌라는 8가구가 살고 있다. 1년 동안 이 빌라에 대하여 더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를 돌보라고 반장 제도도 있다. 그런데 그 반장 노릇을 잘 하는 반장이 있는가 하면 그냥 이름만 걸도 있는 반장도 있다. 오늘처럼 화분의 꽃이 시들었을 때에는 다 못본 체 하드라도 반장의 눈에는 그것이 들어와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건물은 옥상이 넓어서 두 가구가 작은 농장을 차려놓았다. 꽃도 가꾸고 상추도 심어서 가꾼다. 이따금씩 옥상에 올라가보면 작물이 아주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마음까지 푸르러진다. 이것은 내 것이니까 때맞추어 물도 주고 거름도 줘서 잘 가꾸는데 왜 공동으로 키우는 화분은 시들 때까지
보고만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출입구에는 건물을 환하게 밝혀주는 전등이 하나 있다. 이것도 공동으로 관리하는 전등이다. 물론 전기료도 반상회비에서 지불한다. 아침에는 누군가가 그 불을 꺼줘야 한다. 그런데 해가 중천에 떠있는 데도 불이 그대로 켜져 있는 것은 관심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자기집 전등은 잘 관리하지만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니까 나몰라라 하는 것은 공공생활에 대한 관심 부족이 아닌가 싶다.
나는 매일 아침 자전거 운동을 한다. 현관에 나가보면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 마트 광고지, 일수대출 명함, 비닐 장갑 등이 널부러져 있다. 그런데 그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다. 다 주워서 처리해야 마음이 편하다. 내가 나가기 전에 분명 몇 사람이 그 현관을 통과했을 터인데 그냥 지니치고 간 게 분명하다.
다른 사람이 관심이 없어 화분에 물을 주지 않아도, 쓰레기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더라도 ’나 혼자만이라도~‘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우리들 건물을 깨끗하게 하는데 일조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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