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남곡 칼럼

담배 꽁초를 여기에 버리지 마시오

한실25시 2022. 9. 3. 17:27

담배 꽁초를 여기에 버리지 마시오

 

   ‘,? 저것 좀 봐! 불이 붙어 있는 담배를 그대로 길에 버리네.’

   우리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모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을 때이다. 병실에 들렀다가 병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목격한 것이다. 대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피우다가 버스가 오니까 불도 끄지 않은 채 담배를 바로 길바닥에 던져버리고 승차를 한 것이다. 대학도 보통 대학이 아닌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대학인데 왜 저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배운 것과 실천하는 것이 따로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은 엄청나게 한 대학생들인데 이 안 되었다는 증거이다.

 

 

  꽤 오래된 일이다. 보이스카우트 행사 때문에 민박(홈스테이)로 우리 집에 일본인 사또상이 묵게 되어 있어 김포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사도상, 이랏사이마세라고 쓴 피켓을 들고 말이다. 만나자마자 바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내 관심은 저 담뱃재를 어떻게 처리 하는가에 쏠려 있었다. 그런데 호주머니에서 아주 작은 휴대용 잿떨이를 꺼내더니 거기다 재를 떠는 것이었다.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나서 그 재떨이에다 불을 끈 다음 큰 쓰레기통에 넣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란 적이 있다.

 

 

  전문직에 있을 때 수능 시험 감독을 갈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학교 당국에서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큰 양동이 재떨이이다. 고등학생들이 남녀를 불문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담배 꽁초를 양동이에다 제대로 버리지 않고 그 주변에다 마구 버린다는 사실이다. 가까이 가서 버리지 않고 먼 데서 그냥 던져버리기 때문에 주변은 꽁초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학생들이 대학생이 되면 담배를 피우고 난 다음 꽁초를 아무데나 버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집에서 전철역까지 가려면 조그만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한다. 그런데 그 다리 위에는 꽃을 심어 놓은 화분이 있다. 겨울철에는 꽃이 없으니까 황량하기 그지 없다. 게다가 애연가들이 담배 꽁초를 재떨이 삼아 버렸기에 화분은 온통 꽁초 투성이다. 보기가 참 민망하다. 봄이 되면 또 저 화분에 꽃을 심어야 하는데 그 많은 화분의 흙을 갈아주어야 또 꽃이 피게 될텐데 저걸 어떡하나? 나 혼자 걱정이다.

 

  내가 이따금씩 들르는 초등학교가 있다. 전철에서 내려 걸어가는 코스이다. 가는 도중에 담배 꽁초를 여기에 버리지 마시오.’라는 주의문이 붙어 있는 곳이 있다 그런데 그 밑에는 담배 꽁초가 수북하다. 애연가들은 한글도 모르는 문맹들이란 말인가!

 

  가로수 밑부분에는 나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구멍이 뚫린 판이 깔려 있다. 그 구멍 속을 한 번 들여다 보라. 온통 담배 꽁초 투성이다. 비가 오면 담배 속의 니코틴이 땅 속으로 스며 들어 나무들이 성장하는데 지장을 줄 것은 뻔한데 어찌하여 애연가들은 아무데나 꽁초를 버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고 하지만 기호 식품이 아닌가? 누구나 피울 수 있다. 문제는 담배를 피우고 난 다음에 그 뒷처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애연가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을 누가 상관하겠는가? 다만 그 꽁초를 버릴 데에다 버리라는 바람은 요원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