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남곡 칼럼

두더지는 땅 속이 갑갑하지 않다

한실25시 2022. 9. 15. 15:28

두더지는 땅 속이 갑갑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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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왜 저런지 모르겠단 말이야.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이 말은 모든 말과 행동을 자기처럼 해야 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자기처럼 사고하고, 자기처럼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이 사회가 팽팽한 사회가 되고, 탄력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외모만 해도 그렇다. 뚱뚱한 사람, 갈비처럼 가는 사람,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이 서로 어울려서 사는 것이 균형을 이룬 사회이다.

   성질도 그렇다. 성질이 급한 사람, 성질이 느긋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만약에 성질이 급한 사람이 왜 저 사람은 성질이 저렇게 느긋한지 모르겠다고 하면 참 어이 있는 일이 아닌가!

   학력은 어떻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전부 박사 학위만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 중학교만 나온 사람, 고등학교만 나온 사람,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 서로 어울리면 살아가는 것이 이 사회가 아닌가?

 

   

  한국을 방문한 미국 사람들이 한국인에 대해서 기이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일일 연속극이나 주말 연속극을 아무런 불평 없이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일 연속극 등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야기의 줄거리가 한창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을 때 뚝 끊어버리고 내일 이시간에 또……하고는 다음 날로 이어진다. 미국 사람의 처지에서는 분명 견디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으나 우리 한국 사람은 용케 참고 다음 날 그 시간이 되길 기다린다. 연속극을 불평 없이 즐길 수 있는 민족, 그 얼마나 여유가 있고 끈기가 있는 태도인가! 이것이 한국 사람의 정서인걸 어떡하라고.

 

 

  어느 날, 잠깐 텔레비전에 방영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어떤 할머니가 항상 한복만 입고 다닌다는 내용이었다. 평상시에는 물론이고 밭에서 일을 할 때에도, 심지어는 등산을 갈 때에도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산에 오르고 있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살기 어려운 시기에 살았던 할머니는 한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 그렇게 예쁘고 부러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생 동안 한복만 입고 다닌다고 하였다. 그런데 누가 그 할머니를 탓할 수 있단 말인가. 일을 하면서까지 한복을 입으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그렇지만 그 할머니의 입장은 그게 아니잖는가!

 

 

  언젠가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파충류를 좋아하는 중학생이 나왔는데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뱀을 자기 방에서 키우고 있었다. 얼마나 징그러운 일인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몸이 오싹해졌다. 그 중학생은 뱀을 만지고, 목에 감고 같이 놀곤 하였다. 그의 아버지도 인정하고 탓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중 지능 이론에 의하면 자연친화적 지능이 높으면 동물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 중학생이 그 본보기인가보다. 애완견을 좋아하는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우리 집 사람은 식물 키우는 것은 아주 좋아하지만 집안에서 개를 키우는 것은 딱 질색이다. 아마 자연친화적인 지능이 낮은 탓인가보다.

 

 

 ‘이 음식은 왜 이렇게 짜지?’

  ‘짜다’, ‘맵다는 누구의 입맛이 기준이 된 것인가? 똑 같은 간인데 어떤 사람은 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싱겁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이 음식이 내 입맛으로는 약간 짜다.’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모든 말이나 행동은 자기 기준에서 판단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고 만다.

 

 

  초가을인데도 날씨가 한낮에는 약간 더웠다. 그래서 버스 안에서 에어콘을 가동하여 한참 달리고 있는데

   “추워요. 에어콘 꺼 주세요.”

  어떤 아주머니의 투정이 섞인 주문이었다. 운전 기사는 에어콘을 껐다.그런데 한참 있다가 더워 죽겠어요. 에어콘 켜 주세요.” 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내 온도가 높아서 에어콘을 틀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온도에 추위를 느낀다면 에어콘을 싫어하는 사람은 사전에 긴팔 옷을 준비했다가 춥다고 생각되면 그 옷을 꺼내 입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미국의 로저 스펠리 박사의 이론에 의하면 우리들의 뇌는 3세가 되면 좌뇌와 우뇌로 분리된다고 한다. 좌뇌를 많이 쓰면 좌뇌 우세가 되고, 우뇌를 많이 사용하면 우뇌 우세가 된다. 오른손 잡이와 왼손잡이가 생기는 이치와 같다. 좌뇌가 우세인자는 논리적, 분석적, 기호적, 미시적인 반면에 우뇌가 우세한 사람은 영상적, 창의적, 직관적, 거시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그런데 어느 쪽 뇌가 우세하느냐에 따라서 행동 양식이 완전이 다르게 나타난다. 대형 매장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한 다음에 영수증 내역을 확인하는 사람은 좌뇌 우세이지만 우뇌가 우세인자는 확인하지 않고 그냥 호주머니에 넣고 만다. 우뇌적인 어머니는 영상적이기 때문에 논산훈련소에서 자기 아들을 쉽게 찾지만 좌뇌 우세인 사람은 잘못 찾는다.

   엄마가 화가 나 있을 때에 반응하는 태도도 뇌의 구조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우뇌가 우세인 아이는 얼른 자기 방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지만 좌뇌가 우세인 아이는 화가 나 있는 엄마 곁에 가서 그 전에 사달라고 한 것을 왜 아직 안 사주느냐고 따지다가 한 대 맞을 걸 두 대 맞게 된다. 우뇌가 우세한 아이는 안테나가 여러 개 있어서 주위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도 어렵다. 그래서 수업 태도도 우뇌가 우세한 아이가 좋지 않다. 이처럼 뇌의 구조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반응을 하는데 그것을 탓만 하고 있을 수 있을까?

 

 

  지렁이는 땅 속이 갑갑하지 않다. 땅 속에서 얼마나 답답할까?’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렁이는 땅 속이 바로 생활 터전이다. 땅 속에서 숨도 쉬고 활동을 하면서 살아간다. 또 올빼미는 밤이 낮이다. 밤에 자지 않고 사냥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정말 우스운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모두 나같은 사람을 원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을까? 나와 다른 행동, 다른 가치를 가진 사람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 교사들이 교장 선생님, 이것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의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을 때 나는 한 번도 그 의견을 묵살하지 않았다. ‘그래요, 생각해 보니 그런 점이 있을 것 같네요. 그러나 이미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니까 조금만 더 지켜 봅시다. 그래서 불합리한 점이 발견되면 시정하도록 합시다.’상대방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들이 하는 대화 중에서 남 이야기를 얼마나 하는지 한 번 주의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도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험담을 말이다. 확실히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남을 비방하고 있다. 천자문에 망담피단(罔談彼短)이라는 구()가 나온다.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어차피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 다 부족한 존재들이다. 왜 그렇게 남의 허물만 들여다 보는지 모르겠다. 어찌하여 다른 사람의 부족한 점만 보이는 눈을 가졌단 말인가. 그 눈의 질환은 안과에서도 치료가 불가능한 눈이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우리들은 남의 흉을 보지 않도록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평상시 대화에서 악담을 하지 말고 덕담만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는 남의 단점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눈을 가진 사람은 대개 불평이 많다. 자기 책임을 다 하지 못하면서 남의 탓만 한다. 직장에서는 상사와 동료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곤 한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아마 지구를 떠나야 할 사람이 아닌가 싶다.

 

   지렁이는 땅 속이 갑갑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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