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 영웅 나폴레옹
승빈이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는 해가 높이 뜬 뒤였습니다. 렌이 물었습니다.
“많이 피로했나 봐?”
승빈은 멋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했습니다. 렌 엄마가 테이블에 맛있는 빨과 과일 등 아침상을 차려주며 말했습니다.
“많이,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아무데서도 보지도 못한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혼자 상을 받은 것이 이상했습니다.
“아저씨는요?”
렌이 대답했습니다.
“아빠는 출근하셨어. 지금이 몇 시인지 알아?”
시계를 보았습니다. 아홉 시 반입니다. 그렇게 늦잠을 자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늦잠을 잤을까?”
승빈은 무안해서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렌이 말했습니다.
“그만큼 지쳤기 때문이야. 아빠가 회사에 가셔서 빈 부모님을 찾아 준다고 했어. 너무 걱정하지 마.”
“어떻게?”
“아빠가 신문사 중역이시거든. 경찰에 확인하면 빈의 부모님이 신고한 것을 보고 찾을 수 있다고 하셨어.”
“아빠 고마우시다…….”
“아침 다 먹고 나면 나하고 부모님 찾으러 가 보자.”
“어디로?”
“화가들이 그림 그리는 화가 마당에도 가보고 또 다른 곳도 찾아보기로 해.”
“못 찾으면?”
“집에 와서 아빠가 알아 오시는 정보를 기다려야지.”
“그래도 될까?”
식사를 마치고 승빈은 유리창 밖으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멀리 에펠탑도 보이고 높고 낮은 건물들이 복잡하게 엉겨 있었습니다. 곁에서 렌이 설명했습니다.
“저기 동쪽에 보이는 것이 센 강이고 바로 앞에 한국 글씨 한글의 비읍자처럼 생긴 지붕이 성당, 그리고 멀리 보이는 뾰족한 것은 에펠탑…….”
“고마워, 렌.”
“정원으로 나갈까?”
렌의 엄마는 한쪽 테이블에서 책을 보시다가 뜨개질을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은 그림에서 보던 유럽 엄마들 모습이었습니다.
“엄마, 나 정원에서 놀다가 빈한테 동네 구경시켜주고 올게요.”
렌이 하는 소리를 들은 엄마는 웃으면서 그렇게 하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정원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 두 그루가 있었습니다. 나무 잎사귀가 무성하여 그 아래 놓인 벤치가 그림자에 덮였습니다. 렌이 벤치에 앉으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한국 역사를 동화책을 읽어서 배웠어. 그래서 대강은 아는데 프랑스 역사는 오히려 모르고 있어.”
“무얼 모르는데?”
“빈, 프랑스 이야기 아는 대로 말해 줄래?”
“나폴레옹? 아니면 빅토르 위고?”
“나폴레옹.”
“나도 확실하지는 않은데 책에서 본 거야. 나폴레옹은 지중해에 있는 코르시카섬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대. 1779년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로 건너가 10세 때 브리엔 유년학교에 입학하여 5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였다고 해.”
“원래는 프랑스 사람이 아니었네?”
“그런 셈이지. 어렸을 때이니까. 어린 나폴레옹은 코르시카 말밖에 몰랐으므로 프랑스어를 몰라 고민하다 혼자 도서실에서 역사책을 읽는 재미로 지냈다는 거야. 누구든지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역사와 풍습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랬겠지. 그런데 수학만은 천재적이었다는 거야. 그러다 보니 나폴레옹은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했고 좋아하게 된 것이지. 책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전쟁에 나가면서도 책을 실은 이동도서관을 데리고 다닐 정도였다니 대단한 독서광이었지.”
렌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폴레옹이 책을 좋아했다고? 호호호, 그 점은 나하고 똑같은데.”
“렌도 책을 좋아하나?”
“엄청! 왜냐 하면 나도 한국에 가서 프랑스말은 알아도 한국어를 모르니까 말을 배우고 한글을 배우고 그러다가 한국 동화책을 많이 읽다 보니 나폴레옹과 같은 처지였던 거지. 아이 재미있다. 내가 나폴레옹과 같다니!”
“그렇구나. 실은 나도 네덜란드에 살면서 영어와 네덜란드어를 몰라서 고민하고 있거든. 이제 네덜란드 역사 동화책을 읽어야겠어.”
“또 나폴레옹에 대하여 말해 줘.”
“나폴레옹은 섬의 아작시오에서 출생했고 어렸을 때 이름은 나폴레오네 부오나파르테였는데 프랑스로 이사한 후에 이름을 프랑스식으로 바꾸었다고 해.”
“어머! 그런 것까지 알아? 또 말해 봐.”
“나폴레옹은 어쩌면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하고 비슷했는지도 몰라. 왕정에 불만을 품은 국민이 많았는데 군사 혁명을 일으켜 군사와 정치를 장악하고 나라를 바로 세웠다는 거야. 정치능력에는 세계사에서 알렉산드로스대왕과 맞먹는다고 평할 정도였으니까.”
“야아! 오늘 우리나라 역사공부 많이 하네. 고마워.”
“정말?”
렌의 질문은 끝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응, 나폴레옹이 어떻게 해서 영웅이 된 거야? 그것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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