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보따리 열네 개 - 서홍관

한실25시 2023. 12. 4. 18:09

보따리 열네 개 - 서홍관

 

일흔일곱이 되신 어머니는

고속버스 기사가

다시는 이렇게 싣지 말라고

지랄지랄하더라면서

화가 나셨다.

보따리 열네 개를 들고 오신 날.

 

어머니 상경하실 때는

아들 주시려고

동치미 국물과 김치와 깻잎과 무를 가져오시고

 

귀향하실 때는

집에 있는 개 주신다고

생선뼈와 고기찌꺼기를 담은

비닐봉지를 가져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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