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풍지 / 이진섭
덜커덕덜커덕 쿵~쿵~쿵~
머리카락 흔들림 속에
소달구지 타고 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아련하다.
봄을 알리는 골목을 지나
얼음장 깨트린 차디찬 개울 다리를 건너
흐릿해진 안갯속의 손짓 하나로
사라진 님이 날 부른다.
넌지시 담쟁이를 뛰어넘어
보일 듯 말 듯 그림자는 날아가고
귓전에 드리우던 목소리는
더 이상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언제쯤 초연히 들려오려나
여름 지나 가을이 오면
찢어진 한지는 덮어씌우고
찬바람 다가올까 오늘내일 빈틈을 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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