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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도 유전 영향 커… 아프기 시작할 때 주사 등 적극 치료를”

한실25시 2025. 5. 2. 20:50

 

“퇴행성 관절염도 유전 영향 커… 아프기 시작할 때 주사 등 적극 치료를”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퇴행성 관절염’ 명의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이상학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이상학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43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 환자가 238만명이니 우리나라 노인 4명 중 1명이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셈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고령화가 꼽히지만 스포츠 인구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수술을 받아야 끝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최근에는 보존적 치료로 인공관절 삽입까지 가는 시점을 늦추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의 증상, 치료법, 예방법 등에 대해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이상학 교수에게 물었다.

-퇴행성 관절염 원인에 있어 환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유전이다. 흔히 어머니가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면 자녀에게도 관절염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치아 건강과 비슷하다. 치아를 열심히 관리해도 임플란트를 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별 문제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퇴행성 관절염 발병엔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부모가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으면 자녀도 그렇게 되나?
그렇지 않다.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사실 인공관절 삽입은 퇴행성 관절염 말기에 해당하는 환자 중에서도 통증 조절이 어려울 때 시행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수술까지 가지 않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이 있다.”

-퇴행성 관절염 단계는 어떻게 구분하나?
엑스레이 결과로 구분한다. 엑스레이 상 골극(가시같은 모양으로 덧자라난 뼈)이 의심될 때 1기라고 표현한다. 골극이 뚜렷하고 무릎 관절 사이의 간격이 좁아졌을 때가 2기다. 관절 간격이 50% 이상 감소하면 3기, 관절 간격이 아예 소실됐을 때를 4기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미세한 연골판 및 연골 손상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는 MRI를 활용해 퇴행성 관절염을 조금 일찍 진단하려고 하는 추세다.”

-단계별로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법은 무엇인가?
퇴행성 관절염이 있다고 계속 통증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염증이 있어야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때, 병이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염증을 조절해 통증을 줄이면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한 초기에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하다. 관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통증이 생기면 아이스팩으로 찜질해주는 것이다. 초기를 지났다면 약물 치료, 주사 치료, 운동 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서 염증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다. 만약 뚜렷한 연골판의 파열이나 연골 손상이 관찰되면 수술적 치료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퇴행성 관절염 치료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수술적 치료에 있어서는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대신 보존적 치료에서 다양한 주사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과거엔 주사 치료라고 하면 일명 ‘뼈주사’라고 불리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주사나 마취제 성분의 주사로 통증을 경감시키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히알루론산처럼 연골의 성분을 직접 주사해 부족한 연골 활액을 보충하는 방안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5~6년 전부터는 연어의 정소에서 추출한 DNA 성분을 관절 내에 주입해 점탄성을 유지하고 윤활 기능을 하는 주사제들이 사용되고 있다. 아주 최근에는 줄기세포와 관련된 주사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주사 치료의 목적은 무엇인가?
연골을 보호하는 것이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은 관절의 정상적인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활액이 감소하는 게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활액이 감소하면 연골 마찰이 증가하고 염증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주사제 성분들은 부족한 활액을 보완하도록 설계됐다. 근본적으로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할 순 없지만, 염증을 줄여 병의 진행 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주사 치료는 부작용이 없나?
경우에 따라선 하루 이틀간 염증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주사를 맞은 뒤 세균 감염으로 인해 관절 부위에 심한 통증, 부종 등이 발생하는 ‘화농성 관절염’이 나타나기도 했다. 요즘에는 극히 드물다.”

-그 외에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할 것 같은데?
그렇다. 주사 치료나 약물 복용도 필요하지만 다음 세 가지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나쁜 자세를 피하는 것이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과하게 구부리거나 펴는 동작은 피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등산은 관절염 환자들에게 피해야 하는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무릎 주변 근력 강화 운동을 하는 것이다. 주변 근육을 키우면 관절에 가는 부하가 줄어들어 관절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다. 대다수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과체중 이상이다. 체중을 줄이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무릎 주변 근력 강화는 어떻게 해야 하나?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에게 격한 운동은 어렵다. 실제 환자들에게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하라고 교육한다. 허벅지 근력, 특히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 강화 운동을 제일 강조하는데 무릎을 살짝 구부린 상태에서 힘을 주며 피는 동작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진료를 하다 보면 증상에 무딘 환자들이 있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됐는데 노화 증상이겠거니 하면서 버틴 것이다. 안타깝지만 대부분 체중이 많이 나가고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했다면 진행을 막을 수 있었던 사례들이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인공관절 수술까지 가지 않으려면 뭐 하나는 달라져야 한다. 생활 습관을 고치든지, 체중을 줄이든지, 그게 아니라면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든지 하나라도 부단히 노력해야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이상학 교수는…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현재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관절센터장으로 대한슬관절학회 편집위원회 위원, 대한정형외과학회 간사, 국제관절경학회(ISAKOS) 통신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전문 분야는 무릎관절, 스포츠 손상, 연골판 손상, 소아정형외과 등이다. 그는 국내 무릎관절 관련 임상 수준을 끌어 올렸다고 평가받는다. 그동안 쓴 SCI급 논문만도 80여 편으로 지난 2009년엔 슬관절 관절경 분야 의사들의 필독서인 ‘최신 슬관절 관절경’을 공동 집필했다. 그리고 2014년엔 북미관절경학회와 세계관절경학회 공식학술지인 ‘Arthroscopy’(관절경)의 편집위원으로 위촉됐다. 그의 철학은 ‘환자를 가족처럼 치료하자’는 것이다. 특히 수술하지 않아도 좋아질 경미한 파열이나 손상에 대해 수술을 권하는 것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