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무 / 윤 준 경 나 무 / 윤 준 경 한 가지 잘리우면 남은 가지로 산다. 중둥을 자르면 밑둥으로 산다. 부는 바람은 맞으며 내리는 비에 씻기며 크면 큰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남의 것 넘보니 않고 分福대로 산다. 아, 자연의 조화! 수만 그루 다 헤아려도 아름답지 않은 나무 없느니 나도 인간의 숲에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저러히 어루러져 살고 있는 것인가.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2.02.12
벌레 먹은 나뭇잎 벌레 먹은 나뭇잎 이 생 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이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이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그 흔적은 아름답다.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2.02.04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배영희(엘리사벳)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아무것도 아는 것 없고 건강조차 없는 작은 몸이지만 나는 행복합니다. 이 세상에 지을 수 있는 죄악 피해 갈 수 있도록 이 몸 묶어주시고 외롭지 않도록 당신 느낌 주시니 나는 행복합니다.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세 가지 남은 것은 천상을 위해서만 쓰여질 것입니다. 그래도 소담스레 웃을 수 있는 여유는 그런 사랑에 쓰여진 때문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