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좋은 시 216

풀꽃 이야기

童話詩 풀꽃 이야기 풀꽃 한 송이 외딴 산 기슭에 피었습니다. 풀꽃은 이 세상에서 혼자뿐이라며 울며 지냈답니다. 그런 어느 가을, 풀꽃은 개미의 까만 눈동자 같은 사랑스런 열매들을 다닥다닥 맺혔습니다. 그 때서야 알았지요, 풀꽃은 바람이며, 이슬이며, 흙이며, 안개며, 빗방울이며, 햇볕이며, 달빛이며, 나비며, 풍뎅이며, 지렁이며, 뜬금없이 떨어진 새똥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자기의 씨앗을 위해 돕고 있었다는 것을! “감사합니다!” 그 때부터 풀꽃의 한 숨은 이런 노래로 바뀌었답니다.

봄 길- 정호승

그 미운 코로나 때문에 봄길을 산책할 때에도 마스크로 봄냄새를 맡기도 어려운 시기에 모두가 힘든 길을 가고 있지만 스스로 봄길이 되어 희망차게 걸어 갔으면 하는 마음에 정호승의 '봅길'을 올려봅니다. 봄 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 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말 / 이 정 록

- 재미난 시 한편 소개 합니다. [충남고교교사 이정록 시인이 쓴 "정말"이란 시인데] 남편이 일찍 죽음의 슬픔을 역설적이고, 풍자적이고, 유모러스 하게 표현 했지만 읽다보면 마음이 쨘~해지는, 전혀 외설스럽지 않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입니다ㆍ "정말" 이 정 록 "참 빨랐지! 그 양반!"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 본 게 단..

길을 물어 길을 간다/ 문재옥

길을 물어 길을 간다 문재옥 길을 간다 한 100리쯤 되는 먼 길을 간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길을 물어 길을 간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의 길이 아닐는지요? 길을 간다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막막한 길을 간다 가다가 헷갈리는 길에 이르면 길을 물어 길을 간다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의 길이 아닐는지요? 길을 간다 숱한 길 가운데 내 길을 찾아간다 가다가 망설여지는 길에 닿으면 길을 물어 길을 간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내 삶의 길이 아닐는지요?

어느 날의 기도

어느 날의 기도 채 희문 아침마다 지구 최초의 날처럼 신선한 출발의 시동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맡은 바 그 날의 일에는 자기 생애의 마지막처럼 이 세상 최후의 시간처럼 신명을 다 바쳐 임하게 하옵소서. 먼지의 그림자만한 잘못도 멀리하여 어느 한 순간도 소홀함이 없이 최선을 다 해 자신을 다스리게 하옵소서. 나라와 남을 위한 사랑도 제 마음 속 가장 겸손한 그릇에 하나 가득 넘치게 하옵소서. 돌아오는 저녁길엔 지상 최고의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감사한 마음 간절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하루 하루가 다시 없는 기쁨의 날이게 하옵소서. 영원한 나날로 이어지는 좋고도 좋은 날이게 하옵소서.

마음이 예뻐지는 인생차(茶)

마음이 예뻐지는 인생차(茶) 성냄과 불평은 뿌리를 잘라내고 잘게 다진다. 교만과 자존심은 속을 빼낸 후 깨끗이 씻어 말린다. 짜증은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토막을 낸 후 넓은 마음으로 절여둔다. 주전자에 실망과 미움을 한 컵씩 붓고 씨를 잘 빼낸 다음 불만을 넣고 푹 끓인다. 미리 준비한 재료에 인내와 기도를 첨가하여 재료가 다 녹고 쓴 맛이 없어지기까지 충분히 달인다. 기쁨과 감사로 잘 젓고 미소를 몇 개 예쁘게 띄운 후 깨끗한 믿음의 잔에 부어서 따뜻하게 마신다. 2006.1.29(설날) ‘청실홍실’이 보내온 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 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 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