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있는 글방 1343

사과 좀 깎아 주세요

“사과 좀 깎아 주세요” “사과 좀 깎아 주세요” 암(癌) 병동 간호사로 야간 근무 할때였다. 새벽 다섯 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다. “무엇을 도와 드릴 까요?”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남자 환자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놀란 마음에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를 내밀며 말했다.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 맥이 풀렸다. 옆에선 그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 줘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어 나는 사과를 깎았다...

나, 아빠랑 같이 살래요

2003.3.8(토) 나, 아빠랑 같이 살래요 글 : 이 병 희 교장님 컷 : 박 지 희 스승님 민욱이는 유치원생입니다. 민욱이의 아버지는 모 호텔 부사장인데 지방에 가 있습니다. 주말에는 어김없이 서울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 모범적인 가장입니다. 민욱이는 외아들입니다. 그래서 엄마의 관심은 오직 민욱이한테 쏠려있습니다. 옷도 시시한 것은 입히지 않습니다. 백화점에 가서 비싼 옷만 골라 입힙니다. 그래서 유치원에서는 ‘꼬마 신사’라고 불리웁니다. 한 번은 민욱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꽃을 꺾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놀이터 관리인 할아버지가 점잖게 타일렀습니다. “얘, 꼬마야! 꽃을 꺾어서는 안 된다. 알았지?” 그러자 민욱이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 그 때에 ..

有我無蛙 人生之限(유아무와 인생지한)

有我無蛙 人生之限(유아무와 인생지한) ◈유아무와 인생지한◈ "나는 있으나 개구리가 없는게 인생의 한이다" 고려 말...유명한 학자이셨던 이규보 선생께서 몇 번의 과거에 낙방하고 초야에 묻혀살때 집 대문에 붙어있던 글입니다. 임금이 하루는 단독으로 야행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요행히 민가를 하나 발견하고 하루를 묵고자 청을 했지만 집주인(이규보 선생)이 조금 더 가면 주막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임금은 할수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그 집(이규보)대문에 붙어있는 글이 임금을 궁금하게 한거죠.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게 인생의 한이다. 개구리가 뭘까..?’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어느만큼의 지식은 갖추었기에 개구리가 뜻하는 걸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감이 안잡혔죠. 주막에 가서 국..

천국을 소유하는 조건

천국을 소유하는 조건 아프리카에 있는 가난한 나라 케냐 나이로비에 '존 다우라'라는 소년이 있었다. 어머니가 죽고 나서 아버지의 심한 학대와 매질로 집을 뛰쳐나와 거지가 되었다. 소년은 다른 거지아이들처럼 길거리에서 구걸을 했는데, 매일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지나가는 차가 신호를 받고, 있거나 잠시 정차하는 차에 손을 내밀어 도와달라, 애걸하는 것이었다. 어느날 '존 다우'는 여느날처럼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다가갔다. 사실 이러한 거지 소년들을 사람들이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이 아이들을 도둑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조각의 빵을 사기 위해 존 다우는 그날도 차안으로 손을 쑥내밀었다. 그 차에는 어떤 여성이 타고 있었다. 그녀는 휴대용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힘겹게 ..

길을 물어 길을 간다/ 문재옥

길을 물어 길을 간다 문재옥 길을 간다 한 100리쯤 되는 먼 길을 간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길을 물어 길을 간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의 길이 아닐는지요? 길을 간다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막막한 길을 간다 가다가 헷갈리는 길에 이르면 길을 물어 길을 간다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의 길이 아닐는지요? 길을 간다 숱한 길 가운데 내 길을 찾아간다 가다가 망설여지는 길에 닿으면 길을 물어 길을 간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내 삶의 길이 아닐는지요?

어느 날의 기도

어느 날의 기도 채 희문 아침마다 지구 최초의 날처럼 신선한 출발의 시동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맡은 바 그 날의 일에는 자기 생애의 마지막처럼 이 세상 최후의 시간처럼 신명을 다 바쳐 임하게 하옵소서. 먼지의 그림자만한 잘못도 멀리하여 어느 한 순간도 소홀함이 없이 최선을 다 해 자신을 다스리게 하옵소서. 나라와 남을 위한 사랑도 제 마음 속 가장 겸손한 그릇에 하나 가득 넘치게 하옵소서. 돌아오는 저녁길엔 지상 최고의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감사한 마음 간절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하루 하루가 다시 없는 기쁨의 날이게 하옵소서. 영원한 나날로 이어지는 좋고도 좋은 날이게 하옵소서.

생전 장례식

생전 장례식 이병희(문협 수필 분과) ‘그래, 바로 이거야.’ 이번 출간 기념회의 밑그림을 내 머릿속에 그려본다. 유시민이 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이 있다. 거기에는 죽음에 대한 내용을 한 챕터를 할애했다. 그는 죽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소설도, 영화도, 연극도 모두 마지막이 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라고,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 ‘생전 장례식’이라는 개념이 소개된다. 죽기 전에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네며 함께 삶의 구비를 걸어왔던 친구나 지인들과 흥겨운 파티를 열어 즐겁게 작별하여 내 삶과 죽음을 애통함이 아니라 유쾌한 기억으로 남겨야 한..